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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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아파트 후분양제 실시에 즈음하여

2003년 06월 16일 (월) 00:00:00

송현담

정부에서는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투기과열지구 안의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분은 공정의 80% 시공후에 분양토록 하기 위해 관계법령을 개정하는 작업중에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재건축아파트는 사실상 후분양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전체 공정의 80%에 해당하는 공정은 전체층수에 대한 골조완공후 조적·미장·타일·목공·단열 및 난방공사까지 완료한 상태를 말하며 입주까지는 약 3∼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심사(2003. 6. 11)과정에서 전체공정 80%를 건설교통부장관지침 등에 의해 규정하고,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규제 시행 1년후에 시장 및 제도적 여건변화를 고려하여 투기적 수요차단이라는 규제목적 달성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대안의 도입가능성을 검토하여 동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개선 권고하였다.
재건축아파트의 후분양제 도입은 집값상승의 근원이 재건축아파트였다는 점에서 주택시장의 과열을 진정시켜야 하는 정책당국은 어떤 형태로든 강도 높은 규제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선택이 필연적으로 비용을 수반하듯 문제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째, 재건축 조합원의 부담가중과 일반분양가 인상이 수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분양이 지연되는 2~3년 정도의 건설기간 동안 발생하는 공사비 및 금융비용 등을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고, 이 경우 조합원의 손실 보전을 위해 추가부담금을 일반분양가에 전가시킬 수 밖에 없다. 더욱이 7월1일부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어 종전처럼 시공사로부터 대여금 형태의 자금조달이 봉쇄되므로 총체적인 자금압박이 초래될 것이며, 사업성 하락과 예측할 수 없는 경기 등으로 커다란 혼란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사업 지연과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재건축사업 위축으로 기존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후분양제 도입시 시공사의 선투입 비용과 일반분양 수입에 의존해 왔던 재건축사업이 크게 위축되어 신규아파트 공급감소 → 기존주택가격 급등 → 전·월세가격급등 등 주택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조합의 금융비용과 각종 위험요인을 일반분양자에게 전가할 경우 분양가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신규아파트 분양가가 높아 질 수밖에 없는데, 연구기관의 사례조사에 따르면 조합이 금융비용만 일반분양자에게 전가할 경우에도 분양가는 선분양 때보다 13% 이상 증가하며, 물가상승률과 각종 리스크 요인을 전가할 경우 분양가가 15~2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셋째, 입주자의 자금마련 부담이 늘어나고, 무주택서민의 분양기회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분양시 수억원에 달하는 분양대금을 일시에 마련해야 하므로 무주택 서민보다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 주택구입 기회를 늘려주게 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가 있다.
따라서, 급격한 제도변경보다는 주택공급의 확충을 도모하면서 과열현상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요건을 대폭 규제할 경우 투기수요 억제라는 순기능 외에 수도권의 재건축사업을 전면적으로 위축시켜, 신규공급 중단·기존주택가격 급등 등의 역기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정80%를 50% 정도로 낮추고,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는 지금과 같이 선분양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재건축 금융활성화를 위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제도'를 조기에 도입·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