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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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주택가격 안정대책과 파급영향

2003년 06월 02일 (월) 00:00:00

송현담

정부에서는 지난 5월23일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분양권 전매제한을 대폭 강화하고, 최근 집값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수도권 재건축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를 적극 차단하고 여타 지역으로 가격 상승벨트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충청권 일부지역이던 투기과열지구를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접경지역·도서지역·자연보전권역 중 일부제외) 및 충청권 일부지역으로 대폭 확대해 분양권 전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로 하였다.
또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주상복합아파트에 투기수요가 가세하여 과열될 것을 우려해 투기과열지구내 주상복합아파트는 주택연면적이 90% 이상이거나 세대수가 300세대 이상인 경우 사업승인대상에 포함하여 분양권 전매제한은 물론 주택공급도 일반아파트와 같이 청약통장 가입자에게 공급토록 하였다.
직장·지역조합아파트의 조합원 지위에 대해서도 투기과열지구내에서는 사업승인 이후에도 조합원 지위에 대해서 전매를 금지시켜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수요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토록 하였다.
아울러 재건축의 경우 투기과열지구내에서 선분양요건을 강화하기로 하고, 앞으로는 재건축을 통해 발생하는 기대이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사업승인이 나더라도 80% 이상 시공후에 분양을 허용하기로 하고 7월부터는 안전진단기준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에서 투기수요가 차단되어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있으며 재건축시장의 경우 조합원 부담증가와 사업승인 후 2년 이상 경과후 일반분양으로 수주를 둘러싼 업체간의 과당 경쟁도 줄어들게 되어 무분별한 재건축이 억제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고강도 처방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별로 신통치 않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자칫 부동산투기를 또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주택공급의 감소를 불러와 시장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후분양이나 다름이 없다. 정부는 재건축아파트에 쏠리는 수요를 줄이는 처방이라고 생각해지만 이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우선 80%공정까지 선투자를 할 업체는 몇몇 대형업체에 불과하며 조합원부담금이 늘면 분양가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현실상 유일하게 택지를 확보할 수 있는 재건축시장이 위축되면 이는 곧 주택공급의 감소를 초래, 기존주택으로 수요자가 몰려 집값이 올라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주상복합아파트나 조합원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조치도 그렇다. 경제상황이 안좋은 가운데서도 그나마 주택소비가 시장을 지탱해 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최소 400조원에 달한다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흘러 갈 수 있는 물꼬를 터 주어야 경제가 활력의 동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집값상승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다.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집값이 오르는 것에 대해 가수요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인식인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 있다.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안정대책을 남발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