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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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유도시 제주 투자 붐

2003년 05월 30일 (금) 00:00:00

이 장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을 꿰뚫는 말이다. 자신에게는 그것이 진지하고 전우주와도 바꿀 만큼 대단한 것이지만 남이 볼 때는 스캔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밀애는 두사람 사이에서는 진지한 사랑이었으리라. 르윈스키가 증언하기로 한 날 클린턴은 르윈스키가 준 넥타이를 매고 텔레비전에 나왔다지 않는가. 사랑은 그런 것이다. 설혹 하룻밤으로 끝나고 말지라도 그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서만큼은 진정한 것이다.
투자냐, 투기냐도 마찬가지다. 내가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 하면 투자이고, 남이 그렇게 하면 투기라고 하는 것이다. 남이 아무리 투기라고 하든 말든 정말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고 싶다면 소신대로 하는 것이다. 즉 투기든 투자든 책임을 지고 하는 사람이 정할 문제이다. 막말로 내가 돈 벌었다고 해서 누가 배 아플 일이라도 있는가. 투기든 투자든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경제행위로 간주된다.
땅 투기는 옛날 로마시대에도 있었다. 기원전 264∼202년대의 로마는 두 차례의 포에니전쟁에서 승전하여 적군의 땅을 빼앗아 귀족과 군인에게 나누어 주었다. 로마 귀족들은 땅 투기를 하여 얻은 막대한 부로 로마에서 여유롭게 살았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가 된다.
집 투기도 로마시대에 있었다. 로마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로마의 인구가 넘치자 귀족들은 3∼4층의 연립주택을 지어 주택 투기를 했던 것이다. 네로황제 때 큰 불이 난 것은 다닥다닥 붙여 지은 이런 벌집들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1800년대에 수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들어 산업근로자가 되었다. 이들은 닭장 같은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주택에서 비참한 생활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부자들은 가난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연립주택을 지어 떼돈을 벌었다.
복거일이라는 작가는 그의 책 ‘현실과 지향’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투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투기를 규제할 근거는 언뜻 보기보다 약하다는 사실은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투기적 요소는 모든 경제활동에 내재하며 투기는 대부분의 경우 중요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그것을 규제하기는 무척 어렵고 그것의 규제가 언제나 좋은 것도 아니다"고.

서울의 3배정도 크기지만 제주도 땅의 30% 이상을 서울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제주도에 땅이 있다는 사람은 달리 보인다. 먼 남국의 한 모퉁이에 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럽기만 하다.
지금 제주도는 한라산이 화산 폭발이라도 할 기세로 땅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노란 페인트칠이라도 한 듯한 유채꽃보다 더 밝은 미소로 외자유치(?)를 하고 있는 제주도 땅은 서울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는 신혼부부의 신혼여행길과 함께 투자자들의 투자 답사 여행길을 끌고 간다.
지질학적으로는 화산 폭발이 끝난 사화산인 한라산. 그러나, 부동산만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부글부글 김을 내뿜고 있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구상과 수십 곳의 관광단지 조성에 힘입어 점차 투자 열기가 일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땅이 이처럼 투자자들을 끌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추진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건설 때문. 김대중 전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와 이에 따른 지시로 정부 차원의 현안사업이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도 종합개발위원회'를 두었다.
오는 2010년까지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입국사증면제(노비자) 혜택과 무관세 원칙이 적용된다. 국제자유도시로 육성되는 것이다. 건교부 발표에 따르면 제주도를 동북아시아의 관광, 휴양, 교역 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와 마스터플랜 등에 대하여 국토연구원 등 전문연구기관에 의뢰,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개발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제 제주도는 분명 외딴 섬의 차원을 떠나 국토 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국가사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 개발은 먼저 관광자유도시를 조성한다는 것. 아울러 비즈니스 물류 기능도 추가하고 친환경적 국제자유도시로 완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시장이 될 동북아를 겨냥한 핵심 관문 도시로서 사람,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개방형 도시가 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제2의 홍콩'을 만든다는 것이다.
천혜의 자원. 남국 특유의 풍광.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제주도는 2010년까지 도입단계, 성장발전 단계, 성숙정착 단계 등 3단계로 나누어 미래형 도시로의 개발이 추진된다.
도입 단계인 1999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제자유도시 건설기본계획이 마련되고 각종 법령 및 제도가 개선된다. 관계법령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관세법, 세법, 외환관리법, 관광진흥법, 지방자치법 등으로 이 법들을 개정해 상품에 대한 수입자유화와 무관세, 외환거래 자유화, 무비자, 출입국절차 간소화, 리조트 지역으로서의 특화 개발에 대한 재량권 확대, 자치(관광)경찰권 인정 등이 허용될 전망이다.
또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규모 리조트 단지를 개발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개발계획이 세워져 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성장발전 단계로 잡아 세계교역금융센터를 건립하고, 금융·업무·물류·교역 유치를 지원하고, 물류·교역 네트워크 종합거점을 개발하게 된다. 이와 같이 세계적인 서비스, 컨설팅, 전문두뇌 등도 유치하게 된다.
정부는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출발점인 관광자유도시 건설을 위해 우선 500만 평 안팎의 대규모 리조트 단지를 외자로 건설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중국 문화타운도 조성할 방침이다. 그리고 내국인이 드나들 수 있는 카지노를 포함, 대형 쇼핑센터, 골프장, 호텔 등도 새로이 건설된다.
제주도는 예정대로 국제자유도시가 개발되면 국가적으로는 개발 기간 동안 150억 달러의 외자유치, 관광, 쇼핑, 임차료 등 35억 달러 수입, 부가적인 고용 창출 약 25만 명 등의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해양화 시대의 전진기지로 경제발전과 평화구축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동북아의 핵심 축이 될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는 별칭이 머지 않아 '돈다도'라는 말로 바뀌는 날이 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