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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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인가 투기억제인가

2003년 05월 24일 (토) 00:00:00

노영기

정부는 최근 재건축 시공후 분양,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제도 폐지 등 강도 높은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규제지역에서 비규제지역으로, 강남에서 신도시로, 아파트에서 주상복합으로 옮겨다니며 치고 빠지는 투기세력의 분탕질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당국이 아파트 투기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선언적 전시성 대책만 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대책은 소비자들의 돈으로 아파트를 건설해온 그동안의 관행이나 건설회사들의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보아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현실성이 거의 없는 전형적인 탁상대책이다. 실현된다 해도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작금의 투기를 안정시키는 데에는 독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도세 비과세 제도의 폐지도 이론적으로는 투기를 잡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 양도세는 주택거래 쌍방이 담합하여 탈세할 수 있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따라서 비과세를 없애고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물리면 모든 부동산 거래가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975년부터 실시해온 일종의 서민 우대정책을 일시에 폐지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1가구 1주택자들에게 양도세 비과세가 일종의 권리처럼 인식되고 있는 마당에 실수요자들의 조세저항을 무마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투기의 가장 큰 본질적인 원인은 저금리이다. 지금 시중에는 저금리 하에 풀려나간 380조원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을 노리고 있다. 금리가 낮으니 은행으로 갈 수 없고, 경기가 불안하여 주식시장으로도 갈 수 없으니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돈이 무려 380조원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유동자금의 흐름을 딴 곳으로 돌리지 않고는 어떤 대책이 나와도 투기세력을 잠재우기 어렵다.
유동자금의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기부양이 중요하다. 경기부양으로 기업의 투자활동과 민간소비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증시가 살아나 유동자금의 흐름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기부양은 금리인하가 아닌 재정확대로 추구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고, 따라서 더 이상의 저금리는 경기와 상관없이 유동자금을 부풀려 부동산 투기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투기꾼들의 최종 목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따라서 과세표준이 되는 아파트 가격체계를 일원화하여 시세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거두어들임으로서 투기수요를 근원적으로 잠재우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아파트 가격체계는 실거래가격, 기준시가(국세청 양도세 기준), 시가표준액(행자부 재산, 종토세 기준), 검인계약서 신고가액(등기서류 기재용)의 4가지인데 이러한 가격체계로는 시세차익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두 실거래가격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행정기관이 거래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서류인 검인계약서에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하여 아파트의 매매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이 투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당국은 경기부양과 투기억제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다 잡으려 하는 성급함을 버려야한다. 금리를 현실화하면서 재정확대로 경기를 부양시키면 자금의 흐름이 정상화되어 부동산 시장 또한 안정될 것이다. 특히 정책당국의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의지가 중요하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해서 근원적인 투기억제 대책을 회피하거나 완화하면 경기부양과 투기억제의 상충관계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