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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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층간소음 배상은 당연

2003년 05월 02일 (금) 00:00:00

권동순

아파트 층간소음에 대한 책임이 건축주에 있다는 결정이 처음으로 나와 피해배상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일 경기도 광주소재 모 아파트주민 1백여명이 "건축주의 부실시공으로 층간소음에 따른 정신적인 피해가 막심하다."며 배상을 요구한 데 대해 "건축주는 방음공사 등 보수비용으로 평형별로 모두 1억5566만여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 아파트주민들이 요구한 액수는 9억9789만원.
조정위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피해와 관련해 건축주에게 하자보수 비용을 배상토록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여타 건축물 하자에 대한 책임소재도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것으로 당사자가 60일 이내에 법원에 소송을 내지 않으면 합의한 것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아파트 층간 소음피해에 대한 시비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이윤극대화를 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원가절감을 노린 부실시공의 결과,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주택난이라는 큰 틀 안에서 뭍혀 버려서 그렇지 엄청났을 것으로 짐작하고도 남는다.
사생활 침해, 소음 등으로 이웃간의 시비가 그치질 않았음은 물론, 부실공사로 인한 주택수명의 단축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만시지탄의 감이 없질 않다.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아파트주민들이 참을 수 있는 층간 소음 한도를 아이들이 뛰는 정도인 중량충격음은 50데시벨 이하, 작은 물건이 떨어지는 정도의 경량 충격음은 58데시벨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이번 결정의 기준은 주택도시 연구원이 2001년 말 건설교통부에 제출한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기준설정 연구보고서와 민법.
조정위는 층간소음 기준은 내년 4월 신청물량부터 적용되지만 통상적 기준이 마련된 이상 무리는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건축주들의 입장은 조금 다른 듯하다.
그들의 논거는 소급적용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낼 움직임이다.
바꾸어 말하면 층간소음 배상을 소급해서 지급할 이유가 없고 따라서 채무는 존속하지 않는다는 논리인바 소극적이며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진지함이 엿보이질 않아 유감스럽다.
어차피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할 사안이라면 법정으로 끌고 가기 앞서 소음기준의 설정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체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아쉽다.
이번 결정으로 비슷한 배상신청이 줄을 이을 게 분명하다면 더욱 그렇다.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조정위에 접수된 피해 배상 신청은 지난해 이후 지금까지 모두 123건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차제에 층간소음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이 안고 있는 제반 문제들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파악해 선량한 입주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최근 주택정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재건축문제도 층간소음 등 부실시공과 연계해 보다 거시적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