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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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구도심재개발의 문제점

2003년 04월 30일 (수) 00:00:00

김수삼

강북개발이라고 불러야 할지? 서울도심개발이라 명명해야 할지 알 수 없으나 과거에 강남개발이라고 불리운 사례에 비추어 청계천복원을 비롯한 강북의 개발 계획은 새로운 호칭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서 편의상 강북구도심재개발이라고 부르고 이에 대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보자.
우선 청계천 복원에 따라 그 주변을 정비하는데 재개발이 뒤따르게 된다. 또 왕십리일대 등 주요 부도심에 대한 재개발과 도시계획 변경행위가 추진될 전망이다. 이것들이 추진되면 강북일대는 삶의 질이 개선되고 부동산가치가 상승할 것인지가 논의의 대상이다.
우선 청계천 복원으로 생태환경이 개선된다하더라도 교통여건이 나빠짐은 상호 상대적인 가치를 상쇄하게 됨은 이미 많은 토론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부도심의 재개발은 궁극적으로 도시설계와 용적률 다툼이 될 것이다. 강북 부도심의 경우에는 지하철 등 인프라의 보완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므로 단지설계가 중요한 판단요소로 떠오른다. 녹지 비율, 복지시설, 주차공간, 주변단지와 연계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확보하고자 하면 사업비가 많이 들고 경제성이 떨어진다 하여 투자자들의 개발의욕을 억제할지도 모른다. 또 용적률을 작게 설정하면 입주자들의 부담이 커져 불만을 초래할 전망이다. 우리는 이미 각종 재개발, 재건축 사례에서 개발전보다 인구밀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교통량, 매연, 폐기물량 등이 증대된 사례를 여러 곳에서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개발이 예상되는 강북구도심재개발 사업도 결과적으로 같은 양상을 보이지 않을지 걱정이다.
아마도 주차장 같은 시설은 지하공간을 활용함으로서 지상부지 이용도나 녹지비율을 확대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공사비와 유지관리비 증대를 가져올 것이며 경우에 따라 지하수위 등이 존재하는 지반에서는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에 예시된 문제 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자칫 잘못하여 개발전보다 삶의 여건이 악화되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서울 강북지역은 우리나라 중장년세대에게는 삶의 추억이 배어 있는 곳이고 조선 600년 흔적이 보전된 역사적 공간이면서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개발을 함에 있어서는 개발대상단지의 자체문제 뿐만 아니라 강북이 갖는 도시적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는 계획수립과 사업진행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이쯤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강북구도심재개발의 목표와 방향의 적정한 설정이다. 강북구도심재개발을 단순히 강남개발의 아류로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걱정되는 사태이기도 하다. 강남개발이 불과 30여년 밖에 안됐지만 지금 강남의 특징은 녹지가 부족하고, 교통체증이 심하며, 도시 문화적 공간이 거의 없는 건조한 도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열악한 여건의 강남지역이지만 높은 부동산 가격, 우수한 교육기관 그리고 일부 편의 시설 등으로 인하여 도시집중의 병폐를 대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병든 도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강북구도심재개발이 이러한 강남사례를 답습한다면 우리는 또 한번 큰 실수를 범하게 되고 아마도 역사적인 도시를 황폐하게 하는 모험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강북구도심재개발의 목표와 방향은 몇 가지 부분에서 분명해진다.
첫째, 역사와 전통속에 미래의 삶을 담은 지속성이 보장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현재강북의 환격적 용량(인구, 생태, 물, 공기 등)을 최소한 유지·개선 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장래의 목표에 부합하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셋째, 강남개발을 교훈 삼아 이를 능가하는 강북고유의 개발 모델을 창출하여 서울시의 창조적 거듭남을 과시해야 한다.
넷째, 서울시는 인구 천만을 넘어서는 거대한 도시로서 브라질의 구리티바시와 같은 중·소규모 도시 개발모델을 벤치마킹하여 계획을 수립함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국내외 전문가 그룹을 초청하여 현대거대도시의 문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에 적응하는 도시개발 모델을 연구해야 한다. 정보기술, 환경, 그리고 삶의 요구가 급격히 변화되는 현 시점에서 미시적 대응은 오히려 전체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하여 '서울시 도시문제를 생각하는 전문가 100인 모임'을 10여년간 운영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섯째, 강남과 같은 부동산 투기 대상이 되는 도시가 되서는 안되며, 과도하게 사치하고 필요 없는 시설을 부대시설로 갖는 고비용, 소비 지향적인 개발 계획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가 갖는 획일성을 탈피하고 다양한 모습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건축심의에 일대 혁신이 요구된다.
도시는 한번 건설되면 역사의 심판만을 받을 뿐이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은 영원히 도시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선택이 불가능한 시설이다. 그러므로 도시의 개선, 개편, 재개발은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와 토론이 진행된 후 선택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도시가 통치권자, 개발론자의 의식이 반영된 것이었다면 지금의 도시는 시민의 삶의 투영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시설이 되어야 한다. 지속성이 보장되려면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효율적인 경제운영체계를 구축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서울시 강북구도심재개발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지속적으로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지금 추진되고 있는 각종 개발 계획들은 검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