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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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유도시, 제주

2003년 04월 30일 (수) 00:00:00

이 장

대한민국의 국제자유도시이자 해양관문인 제주도가 평화구축 시대를 마무리하는 새로운 천년의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제주도의 청사진에 관한 서울 강남의 부동산가에서는 날마다 제주도 땅값의 등고선을 바라보면서 하루 일을 시작한다. 70년대의 부동산 붐과는 또 다른 남국행 비행기를 타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옛말에 감투를 쓰려면 정승집 문턱을 넘나들고, 돈을 벌려면 부잣집 마루턱을 수없이 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또 날아가는 새를 잡을 때는 새가 날아가는 방향의 앞쪽을 향해 화살을 쏘라는 얘기도 있다. 이런 말들은 제주도가 향후 10년 안에 천지가 진동할 변화를 할 것인데 미리 한몫을 집어넣으라는 말에 다름아니다. 10년은 그다지 긴 세월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인생의 문리(文理)가 통한 40대 후반쯤일 것이다.
보통 개발권, 즉 관광단지나 도시계획, 온천 개발 등을 시행하게 되면 3단계에 따라 3배씩 땅값이 오른다는 부동산가에서 통하는 법칙(?)이 있다. 예를 들어 개발 구상 발표 때 3배, 시행 단계에서 3배, 완성되고 나서 3배가 올라 결과적으로 총 27배가 오른다는 말이다. 2003년 현재 제주도로 향한 투자 발길은 분주하다. 국제자유도시와 궤를 같이해서 제주도는 나름대로의 부동산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70년대부터 부동산 시장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땅값이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등 부침이 있었으나 이제부터는 내려갈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부동산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같은 낙관론은 독특한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관광지를 조성하고 휴양관광지로의 입지가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 뒷받침하고 있다.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이루는 관광지로 조성되면 새로운 관광 수요가 창출되고 인도네시아의 발리, 중국의 해남성, 일본의 오키나와 등과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자유도시 추진과는 별도로 3개 단지 20개 지구의 관광단지는 이미 지구별로 개발이 추진되었으나 그간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중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정 및 추진기획단 활동으로 인해 개발이 다시 재개되고 있어 투자자들을 더욱 들뜨게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어느 곳에 돈이 얼마나 투자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어느 정도 오를 것인가가 대충 결정된다. 제주도의 관광단지 조성에 투자될 돈만도 2005년까지 약 6조 6,947억원, 즉 관광단지 3개 지구 개발에 1조 9,252억원, 관광지 20개 지구 개발에 4조 7,695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바늘 가는 곳에 실 가듯이 부동산 투자자금도 눈에 보이는 개발지역을 좇아 다니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노련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K씨. 작년 1월 미국의 재벌 개발회사인 펄토넥스 사가 500만평에 메가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들어오자 그 후보지가 될 가능성을 점치고, 북제주군 구좌읍 임야 3만평을 샀는데, 과연 그 땅이 개발권에 들어갈것인지 주시하고있다.
제주도는 한라산만 빼놓고는 전지역이 아무데나 '건드리면 터지는 봉선화'이다.
사실이 그렇다. 제주도 땅은 한라산만 빼고는 어디나 개발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제주도 특별개발법에 의해 절대보전지역과 상대보전지역 등으로 규제된 곳은 제외하고 말이다.
K씨가 임야를 매입하고나서 나서 두달, 유채꽃이 제주도 땅에 노란 페인트칠을 하던 3월 하순, K씨는 얼굴이 벌개져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중개업자 3명이 지난번에 산 땅을 평당 2만 5천원씩 더 주고 사겠다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졸라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약 두 달만에 7억 원의 수익. 배짱투자도 아니고 제주도의 개발 가능성을 믿은 결과가 그렇게 나타난 것이었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살 때와 같은 가격, 물론 해마다 7월 1일을 기준으로 오르거나 내리기 때문에 지금 팔더라도 별 문제는 없겠지만 단기간에 너무 자주 땅을 샀다 팔았다 하면 세무조사 및 투기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내 말에 K씨는 '3의 법칙'을 기대하면서 기다리겠노라며 싱글벙글하고 있는 중이다.
제주도 땅은 전지역이 2000년 말에 비해 20% 정도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투자자들의 탐험국, 제주도는 K씨 같은 개미군단 투자자들도 콧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하는 금광을 감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