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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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후분양제 점진적으로

2003년 04월 15일 (화) 00:00:00

신정철

흔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격세지감 내지는 격변하는 변화의 와중에서 많이 언급되는 비유이다. 종전에는 모델하우스를 보여주고 아파트를 이러이러하게 짓겠다고 하고 공사비의 일부를 미리 받는 선분양제도가 주택시장의 주류였다. 공급자중심의 시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를 다 지은 뒤 소비자에게 완제품 형태로 파는 후분양제 문제로 주택업계가 소란스럽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수요자중심의 주택시장 여건변화로 볼 수 있다.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귀결된다. 먼저, 부동산 투기억제효과가 후분양제 도입의 가장 매력적인 배경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전국기준 지표로서 주택보급률 100%를 맞이하고 있는 시점에서도 아파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집없는 서민의 설움을 더욱 키우게 되는 야속한 현실에 대한 특단의 처방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는, 분양건설회사의 부도위험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산목록 1호가 될 수 있는 수억원짜리의 아파트를,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회사의 경우 여러번에 걸친 중도금의 납부는 상당한 불안을 야기시키게 될 것이다. 또 다른 한가지의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격상승기에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프리미엄을 노린 재건축 붐을 진정시키고자하는 의도도 다분히 작용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후분양제 도입은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별 요인에 대한 정책적 대안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는 아파트 분양시기를 어떻게 하는 가에 대한 단순한 내용인 것 같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장·단점별 특징을 지니고 있다. 선분양제는 미리 받은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회사의 사업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고가의 재산을 구입하면서 완제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또한 부동산투기 등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선분양제는 공급자중심 시장이라는 특수한 여건에서 주택부족률이 높은 시기에는 주택건설 촉진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반면에 후분양제는 수요자중심 시장여건에서 건설회사의 금융비용이 증가하고, 건설회사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어 주택공급 물량 감소의 가능성이 많다. 한편 최근에 많이 일어나는 현상으로서 선분양제에 의한 아파트의 계약당시 마감재가 입주시점에 유행이 뒤떨어져 교체하는 사례가 빈발하여 막대한 자원낭비를 초래한다는 폐단도 많다. 후분양제를 도입하게 되면 건설회사는 공사비를 사전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후분양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필요하여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러한 금융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선분양제와 후분양제의 특징에 대한 중요한 발견중의 하나는 각각의 제도별로 서로 장점과 단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선분양제와 후분양제의 선택은 시장에 맡기되 수요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공급자인 건설업체의 건설금융 및 주택자금 장기대출 등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또한, 후분양제의 전면적인 도입보다는 단계적인 도입을 통해 소비자 기회확대와 공급자의 주택생산체계 혼란에 따른 공급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예시적인 한가지 방안으로서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건설업체의 자체투입금을 합산하여 총공사금액의 8할 정도를 초과하는 시점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여 시장에서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공존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가경제의 흐름이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는 수요자도 공급자도 모두 움츠려들어 선분양제마저도 맥빠진 제도로 의미를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택한 국가경제의 흐름속에서 건설경기가 비교적 순조로울 때 선분양제 또는 후분양제의 논의가 설 자리를 찾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순조로운 건설경기의 흐름여부가 후분양제 제도도입의 가장 기초적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