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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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후분양제도, 신중히 접근해야

2003년 04월 09일 (수) 00:00:00

송현담

주택 후분양제도 도입은 주택투기를 방지하고 주택건설업체의 부도·파산 등으로 인한 분양계약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 그동안 학계·시민단체가 산발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러다가 금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후분양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지난 3월에는 건설교통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도입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주택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후분양제도는 주택도 상품인 이상 여느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완제품형태로 시장에서 거래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다세대주택이나 주택보증을 받지 못하는 일부 아파트 분양에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에도 후분양제도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즉 선분양제도 자체는 강제사항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것을 전제로 허용해 주는 주택공급방법인데, 주택보급율이 낮고 신규 주택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실정에 비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주택 선분양제도하에서 각 경제주체는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했다. 우선, 소비자는 주택구입비용을 분산시켜 입주시 필요한 거액의 자금마련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2∼3년 후에 입주하는 주택을 현재가격으로 분양받음으로 시세차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건설업체들은 소비자들로부터 분양대금의 일부를 받아서 공사를 수행하므로 선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따라서 사업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정부도 공익적 성격이 강한 주택사업에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고도 주택을 대량공급하여 주거복지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후분양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주택건설·공급의 일시적 공백으로 실수요자들은 내집마련이 더욱 어렵게 되고, 입주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후분양제하에는 건설기간(3년 정도) 동안의 땅값·인건비·자재비등의 생산요소비용 상승분과 건설기간중의 금융비용이 주택분양가에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건설업체들은 금융비용 부담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대형 프로젝트보다는 소규모 단위사업을 중심으로 하게되므로 주택공급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런 물량감소는 결국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소비자로부터 주택건설업체로 유입되는 주택건설자금의 경로가 차단됨으로써 주택사업자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연쇄부도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 자칫 주택산업이 붕괴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주택의 품질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여 해당 주택의 구입여부를 결정하고, 적어도 자기가 살집이 어느 장소에 어떻게 지어져 있는지 정도는 육안으로 보아야 되지 않느냐는 소비자단체의 목소리는 경청할 만 하다. 주택건설업체는 잠재적 고객인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제대로 된 양질의 주택을 건설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반드시 망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알고 있다.
분양제도 도입은 주택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점진적·자발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지혜를 모아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역기능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