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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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랠리 얼마나 갈까

2003년 03월 25일 (화) 00:00:00

박용완

개전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지난 20일 하루동안 1.8% 상승하였고, 대만 가권 지수도 1.9% 상승하였다. 한국 증시도 뒤질 수 없다는 듯이 그 동안의 하락을 분풀이라도 하듯이 4.9%나 상승하였다. 전쟁이 어떤 이유에서도 합리화되기 힘든 반문명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개전과 함께 세계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주식시장은 매우 잔인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전쟁랠리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비관론자들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펀드멘탈이 걸프전 당시의 상황에 비해 매우 허약하다는 이유로 인해 주가 상승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반대편의 낙관론자들은 전쟁조기종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불확실성의 제거와 함께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을 점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똑같은 사건을 해석하는 상반된 시각이 투자가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결국은 투자가 자신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필자는 이러한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또 다른 견해를 제시하여 투자가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현재와 같이 어지러운 국면에서 투자가들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방법론에 대한 하수로서의 훈수를 전하고 싶을 뿐이다.
주식시장에는 항상 악재와 호재가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어떤 국면에서는 호재만을 반영해서 오버슈팅을 하고 어떤 국면에서는 악재만을 반영하여 언더슈팅을 하는 현상을 반복한다. 현명한 투자가들은 시장에서 온갖 악재만이 난무할 때가 주식을 사야하는 적기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이 때처럼 주식을 싸게 살수 있는 때가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면에서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호재를 대 보라고 하면 한미간의 외교적 화해, 국제유가 하락, 저금리 지속, 정부의 재정확대 가능성, 정부의 카드채 문제 해결 대책 등 누구라도 수긍할 만한 재료들을 수없이 나열할 수 있다. 반대로 악재를 대라 해도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 유정의 폭파 가능성, 북핵문제, SK글로벌 문제로 불거진 한국기업의 회계적 불투명성, 카드채 문제, 가게부실 문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을 나열해 두고 경중을 따지며 어떤 재료를 얼마나 반영하여 적정한 주가수준계산할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의 견해를 세우는 것은 말하는 것을 호구지책으로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나 하는 일이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일반 투자가들이 쉽게 장세에 대응하는 방법은 당시의 상황에서 주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대리변수를 찾고 이들 대리변수의 흐름을 읽으면서 투자판단을 하는 것이다. 주가를 대신 설명해주는 핵심적인 대리변수는 주식시장이 처한 국면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만 이라크전이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핵심적인 대리변수가 국제 유가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는 한국경제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WTI기준으로 24.13US$에서 3월12일 37.83US$에 달하기까지 무려 57%나 상승하였고, 같은 기간중에 한국 주식시장은 무려 33%나 폭락하였다. 부시대통령의 최후통첩을 기점으로 해서 국제유가는 34.93$에서 28.72U$까지 3일만에 18% 하락하였고, 한국의 주가지수는 10%나 상승하였다. 이라크전에서 아주 가능성이 낮은 몇가지 상황, 즉 전쟁의 장기화 또는 미국의 패전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의 하락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유가 하락은 세계경제 뿐아니라 한국경제에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에 유가가 떨어지는 한에는 주식시장도 상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전쟁 랠리에서 주가가 600까지 갈지 아니면 700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한 주가에 대해 배팅을 하는 것 보다는 유가를 보고 주가를 판단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유가 하락세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이 전쟁랠리의 정점이라고 생각된다.
■프로필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석사, 대우증권 기업분석팀 건설/부동산담당 애널리스트(전), 대우증권 기반산업팀 팀장(전), 대우증권 건설/서비스/금융팀 팀장(현), CFA(미국 재무분석사) 자격 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