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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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연한 차등 적용 경과 규정 둬야

2003년 03월 25일 (화) 00:00:00

권동순

지난 21일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20~40년으로 차등 적용한다고 했다. 현행 20년으로 되어 있는 재건축 연한을 이렇게 차등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것은 경제적인 낭비라는 것이다.
그 동안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노정된 각종 문제를 시한 차등적용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시의 의도가 대체로 타당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아파트에 대한 수급 불균형과 현재 추진중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 조합원들의 불이익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가 이다.
먼저 수요·공급측면에서 보면 외환위기 이후 2000년 43만호, 2001년 53만호, 2002년 63만호로 주택공급은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수치상으로는 2002년 전국의 주택 보급율은 100%를 달성했고 올해도 50만호의 공급계획이 확정되어 있는 상태로 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택유형별, 지역적으로 공급은 더욱 심각해 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2002년도 주택유형별 건설 실적을 보면 단독 5만 3천여 가구, 다세대 22만여 가구, 연립 8천여 가구이며, 아파트는 38만여 가구이다. 전체 66만 신축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58%이다. 이는 아파트라는 주택 유형의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며 아파트의 주거 질이 그만큼 좋다는 이야기 이다.
지역적으로는 아파트의 경우 서울이 14%, 수도권이 49%로 2002년도 전국 신축아파트의 63%가 서울, 수도권에서 공급되었다. 따라서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 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될 것이며 이는 심각한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서울, 특히 강남구의 경우 재건축 추진아파트 81개 단지 평당 매매가격 평균은 2천2백29만원으로 지난해 9·4대책 발표 전 시세인 2천2백12만원 보다 평당 17만원이 올랐다.
평균 가격이 아닌 개별 지역 가격의 예를 보면 서초구의 어떤 아파트는 9·4대책 발표 후 평당 84만원이나 오른 곳도 있다. 이런 가격 상승은 첨단 대형아파트의 희소성에 근거를 두고 있어 주거의 질을 기준으로 하는 주택유형별 지역적인 아파트 수급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다음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 조합원 문제 또한 심각하다. 시는 197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현행 20년, 1980년대는 30년, 1990년대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시한에 대해서 못을 박았다. 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2010년대가 되어야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현재 재건축이 추진중인 서울시내 아파트는 법이 강화되기 전 오는 7월 이전에 안전진단을 신청, 재건축을 서두를 것이다. 이런 무리한 재건축 추진에는 편법이나 변칙적인 방법이 동원될 소지가 크다. 추진 단지 중 한 곳이라도 재건축이 중단되면 해당 조합원인 주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 또한 클 것이다. 이런 단지들은 대부분 시공사까지 결정된 곳이 많아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기존 재건축 관련 사업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예측 가능한 주택정책을 펴야 한다는 점과 수급균형문제를 가능한 한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의 재건축 연한 차등 적용안은 현재 추진 단지에 대한 경과규정을 두어야 하며, 안전진단 대상들 또한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인정 해주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