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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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치와 가격

2003년 03월 20일 (목) 00:00:00

송현담

토지와 주택 같은 부동산도 여느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부동산가격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가격협상결과로 형성되는데, 그 심리적 전개과정은 정반대다. 파는 쪽에서는 높은 가격으로 팔려고 할 것이고, 사는 쪽에서는 되도록 낮은 가격에 사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탐색을 거쳐 도출되는 시장가격에는 나름대로 그 해의 부동산 가치가 반영된다. 주택의 경우, 주택이 가져다 주는 쾌적성(amenities), 접근성, 편리성 등과 같은 효용을 경제주체인 소비자가 은연중에 계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개념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요즘 부동산의 가격과 가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여 주택분양가격이 높으면 건설업체가 근거 없는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 이런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차이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학에서는 가격이란 특정 부동산에 대한 교환의 대가로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에 실제 지불된 금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반면, 가치는 특정 부동산으로부터 장래 기대되는 편익을 현재가치로 환원한 값이며, 이 경우 기대되는 편익(benefit)에는 금전적인 것뿐 아니라 비금전적인 것도 포함된다.
최근 주택은‘삶의 보금자리’라는 본래의 기능 외에, 자산선택이론에 바탕을 둔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투기세력이 가세하여 주택의 가치와는 상관 없는 거품가격을 만들어 주택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사회정의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주택의 가치는 도외시하고 가격만을 따져 분양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다고 주택업체를 매도하고,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상품의 질이 좋으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새로 나온 냉장고나 TV 같은 가전제품은 몇 년 전에 생산된 동종 제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고 따라서 가격도 비싸다.
주택도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는 입지여건 같은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과거에 지어진 아파트보다 품질이 월등히 향상되었다. 또한 주택생산에 투입되는 요소비용이 과거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택지비, 자재비, 인건비는 물론이고 각종 행정규제도 분양가격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용적률 축소와 같은 토지이용규제는 직접적으로 토지가격상승을 유발하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택건설업체가 투입비용 즉, 원가를 무시하고 인근아파트 시세를 따져서 분양가격을 산정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주위 시세보다 높게 분양가격을 책정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건설업체의 기업의욕을 꺾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도 장사하는 기업이다. 불확실한 위험과 비용을 수반하는 사업에는 이에 상응한 적정한 이윤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합리성이 결여된 지나친 간섭은 공평한 게임의 장(場)인 시장을 무력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