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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허용연한 건교부 서울시 티격태격

재건축 혼선 주민만 골탕

2003년 02월 26일 (수) 00:00:00

김원군

“재건축 허용 연한 늘려라…줄여라….”
재건축 요건 강화 여부를 두고 건설교통부와 서울시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건교부는 지난 13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시행규칙’ 입법 예고안을 통해 재건축 허용 연한을 종전과 같이 20년이상의 범위 내에서 시?도 조례로 규정하도록 했다. 지방자치 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는 것이 건교부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시측은 경과연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건축 연한을 40년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최소한 30년 이상으로 규정해야지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을 수 있다는 건의서까지 전달했다.
건교부가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자, 서울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서강석 주택기획과장은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평균 수명이 60년인 점을 감안, 최소한 이것의 절반인 30년이상인 범위내에서 재건축 허용 연한을 법령으로 결정해줄 것을 요청해왔다”며 “그래야 멀쩡한 건물을 헐어 부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간부는 “건교부가 건축업자들의 로비에 굴복, 재건축 허용 연한을 종전과 같이 20년 이상으로 결정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무슨 힘이 있어 30년, 40년으로 강화시키겠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측에 의뢰한 ‘안전진단기준’이 나오면 절대적인 경과연수의 의미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20년 이상의 범위내에서 서울시 마음대로 결정하면 되지, 왜 건교부측에 책임을 전가시키냐”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법령으로 30년 또는 40년 이상으로 결정할 것을 고집해온 속사정은 이렇다.
법령으로 20년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대부분의 다른 지자체는 해당 연수의 범위내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만 조례로 재건축 허용연한을 30년으로 강화시킬 경우 재건축이 무산된 일부 주민들이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반발할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 특히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시의원들을 설득, 조례를 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써는 오는 6월10일 열릴 예정인 시의회에서 30년으로 강화하는 조례안이 의결되도록 노력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라며 한숨지었다.
이같이 재건축 연한을 두고 건교부와 서울시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주민들이다. 강남지역의 재건축 추진위원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답답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