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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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와 에너지 안보

장기적 종합적인 에너지 관리체계 확립돼야

2003년 02월 26일 (수) 00:00:00

노영기

미국과 이라크의 전운이 심상치 않음에 따라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유가 불안을 잘 넘기는 것은 국민경제를 위해서는 물론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에게 석유는 산업과 국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어떻게 될 것이며 유가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생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OPEC 회원국들은 원유생산 이외의 별다른 산업이 없기 때문에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석유판매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따라서 OPEC 회원국들은 통상적으로 원유가격에 연동하여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의 원유생산량을 조절한다.
즉 유가가 오르면 생산량을 줄이고, 유가가 떨어지면 생산량을 늘려서 필요한 일정액의 자금을 원유판매대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매출액 모형(Target Revenue Model-목표매출액=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가 연동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모형)은 사실 OPEC의 유가결정력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약점이 된다. 유가가 하락하면 목표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하여 생산을 늘려야 하고, 이러한 생산증가는 다시 유가 하락으로 이어져 생산량을 더 늘리지 않으면 안되는, 그래서 유가가 더욱 하락하는 그야말로 OPEC 회원국들에게는 치명적인 빈곤의 악순환이 되기 때문이다.
OPEC의 이러한 약점은 우리의 에너지 관리에 아주 단순 명료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처방을 제시한다. 유가변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에너지의 석유의존도가 높아 석유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기미가 있는 한 유가는 오르고, 유가가 오르면 OPEC이 원유생산을 줄일 수 있게 되어 유가는 더 치솟는다. 반면에 석유수요관리를 철저히 하여 수요초과의 빌미를 주지 않으면 유가는 하락할 수 있지만 상승할 수는 도저히 없게 된다.
석유의존도를 줄여 놓으면 설사 유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에너지 안보가 기반부터 흔들리지는 않는다. 우리와 똑같이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일본이 70년대와 80년대의 1,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국가 전반적인 석유의존도를 크게 줄인 덕분으로 유가 변동에 우리보다 초연할 수 있음은 뒤늦게나마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석유소비의 범 국민적인 절약이다. 석유소비를 줄이는 방편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대형차보다는 소형차, 백열등보다는 절전형 형광등, 전기 밥솥보다는 가스로 밥하기, 한 집 한 등 끄기, 새벽 가로등 끄기, 가까운 거리 차 안타기, 샤워보다는 목욕물 받아 놓고 여러 사람 같이 목욕하기 등 다소 불편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석유의 소비절약은 곧 에너지 안보의 문제이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사항이며, 가장 손쉬운 애국애족의 길이다. 석유 소비절약은 10부제 등과 같은 일과성 전시성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에너지 소비절약에 대한 각종 유인책을 개발하는 등 보다 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에너지 소비절약 및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필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장 △UNDP 자문위원으로 말레이시아, 아랍 에미레이트 등 경제발전자문 △중앙중소기업 연구소장(현) △중앙대학교 경제연구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