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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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학 체계적 연구 필요

수도권 전체 마스터플랜 제시돼야

2003년 02월 11일 (화) 00:00:00

김수삼

김수삼 한양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에 크게 부각되고 있는 쟁점 중 하나는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주제이다. 차기정권의 탄생 요인 중 하나로 점쳐지고 있는 중부권에서의 지원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라고 보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차기 정권에는 큰 부채가 될 것이고 이를 파악한 부동산 투자가들의 시선이 중부권에 집중됨은 필연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행정수도를 이전함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는 수도권 인구과밀화 해소 방안이고, 둘째는 수도 서울이 휴전선에 가까워 언제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것, 셋째는 분산된 행정부내 각 기관들을 통합하여 한자리에 모음으로서 효율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 등이 예상된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세 가지 이유 중 둘째와 셋째는 남북화해분위기, 과천 정부청사와 광화문 정부청사 그리고 대덕 정부청사로 기능별 통합이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행정수도 이전 이유로 생각하기에는 그 비중이 떨어지는 사안이다.
즉 행정수도 이전은 당연히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우리 국토 전반에 걸쳐 암과 같은 존재로 부각되면서 어느 정도 위기감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정치적 관심사로까지 떠올랐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수도권 과밀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하여는 수도권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 일것이다.
수도권에 관한 연구는 과거부터 도시계획, 국토계획, 인문지리, 시민단체 전문가 그리고 토목기술자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논의되고 연구되어 온 바 있다. 현대 도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기존 도시들이 거대 도시화해 가는 현상들이다. 즉 기존 도시들의 인구와 기능들이 넘치므로 인해 도시 경계를 넘어 인근지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해당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근 지역을 포함하여 생각해야하며, 따라서 대도시권 개념이 필연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이라 하면 통상 서울을 중심으로 인천, 경기 지역일대를 의미한다. 또 수도권을 논함에 있어서는 인구, 주택, 교통, 환경, 신도시, 그린벨트 등이 각각 또는 서로 연계되어 거론되어야 하며, 여기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가치들이 함께 분석되어야 한다. 또 이들을 논의하다보면 이론적 형태와 실증적 가치를 갖는 논리적 틀을 갖게되므로 '수도권학'으로 정의할 만하다.
수도권 문제는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이유에서 논의되고 연구되어 왔지만 그 규모나 영향력이 전 국토에 미치는 큰 주제가 되었으므로 이제는 수도권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이를 개선하고 진흥시키는 방안을 실천하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연구를 위한 기존 기능을 살펴보면 국토연구원이 국토개발 장기 계획을 기반으로 지역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수도권 연구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경기도, 인천시개발연구원 등이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수도권 관련 연구나 실행 계획을 수행해 온바 있다. 또, 교통개발연구원, 환경연구원, 철도기술연구원 등이 해당 분야별로 수도권 문제를 다루어 왔으며 경실연 도시개혁센타 등 시민단체들이 수도권 문제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실천해온 바 있다.
또 건설교통부내에 광역교통기획단(단장 1급 상당)을 두어 수도권 교통정책을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으며, 대통령 자문기관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는 국토정책에 관한 각종 관리행위를 통해 수도권 문제를 지속성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여기에 대학, 민간연구소 등이 참여하여 다양한 의견을 제안하고 있는 바 많은 주체들이 여러 가지 경로를 거쳐 수도권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종합적이고 균형 있는 조망을 하는데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즉, 서울, 인천, 경기 등 지역중심의 연구는 지역 이기주의가 작용하는 부분이 나타나고 있으며, 건설교통부 등 정부 기능은 교통, 환경 등 특정 주제에 편중되어 대도시권 전체 문제를 접근하는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수도권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고 관심이 첨예하게 집중되어 있어 적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수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 추진하면 국가 장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행정수도 이전 등의 이슈별 토론보다 수도권 전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이 순서대로 진행되는 일관된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즉 수도권 운영 방안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함께 연구되고 운영되어야 할 사항이고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도권학'을 대학 등에서 개설, 연구하도록 하고 일관되고 종합적인 수도권 연구를 위해 국토연구원에 '수도권 연구실'을 설치하고 전문가를 모으거나 건교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공동 운영하는 '수도권 연구원'을 신설하여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에 담당관을 신설하여 행정수도문제를 다루는 방안을 밝히고 있으나 기반조성이 미비하여 자칫 졸속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양자를 병행하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경제력의 60%가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의 사례에만 의존하지 말고 우리의 고유한 모델에 의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즉,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이긴 하지만 수도권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한 기능으로서의 역할이 명확히 규명되어야 하며, 수도권의 수많은 문제를 풀어 가는 단초가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개발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데 이들 개별적인 계획들도 수도권 전체 차원에서 재조명되는 정책적 여과 기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장차 우리는 '어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가' 깊이 생각할 일이다.
프로필
△1969:한양대 졸업 △1984:중앙대 대학원 공학박사(지반공학전공) △1987:영국 Oxford대 교환교수 △1981∼2001:중앙대 토목공학과 교수 △1999∼2000: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장 △한국지반공학회 부회장 △한국공학한림원/철도학회/PROMAT △건교부/경제기획원/감사원/조달청 자문위원 △현대건설/금호건설 사외이사 △국무총리실 공공 기술이사회 이사 역임 △국제해양극지학회(ISOPE) 지반분과 위원장 △구매조달학회 회장 △한양대 공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