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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부동산정책 밑그림 크게 그려야

학계 연구기관 단체 등 의견 충분히 수렴

2002년 12월 25일 (수)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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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자의 주택·부동산 관련 대선 공약은 투기방지, 서민의 주거안정, 임기내 주택 250만가구 공급, 행정수도 이전과 이에 맞물린 서울 수도권의 허브코리아 건설을 위한 정책 등이 주 내용이다.
주택정책에서는 매년 50만가구 주택 중 10만가구의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지하 셋방, 옥탑방, 상습침수지구 주택 등 최저 주거수준 이하의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를 줄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같은 맥락으로 불법·불량주택이 많은 달동네 등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으로 이는 저소득층 주거안정의 안전판을 정부, 즉 공공부문에서 맡겠다는 내용이다.
절대 빈곤층의 주거안정을 주거복지 차원에서 재정투융자를 통해 도모하겠다는 공약은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전체 주택의 3% 미만이라는 통계를 감안하면 절실한 문제이며 이를 시장에 맡기지 않고 월세를 반으로 하는 등 정부에서 맡겠다는 정책은 매우 돋보이는 것으로 세부 실천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확정되어야 한다. 행정수도의 이전 또한 충남 등 중부권의 표심잡기가 아닌 구체적인 추진이 필요하다.
인천공항 인근의 종합물류단지 조성, 영종도·송도 등을 경제특구로, 김포·고양 등을 특성화도시로 개발해 세계화 중심기지로 육성하겠다는 허브코리아 공약 또한 구체화되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안정, 투기방지는 역대 정권의 단골메뉴다. 이는 새 정부도 5년 후 단순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가 가장 쉬운 사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여하간에 새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주택·부동산 정책은 시장소외 계층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는 등 정책의지가 미래지향적이다.
문제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강조되다보니 정상적인 시장이 왜곡될 소지가 있고 거시경제 차원에서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저금리정책 등이 어떻게 조화될 것인가 이다.
민간부문이 활성화되어야 세금도 많이 들어와 재정이 튼튼해질 것이며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거액의 부동자금에 대한 물꼬도 터 주어야 한다. 주택 등 부동산상품도 상품인 만큼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여 주어야 한다.
서민주택 공급과 개선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분배나 복지의 기초는 튼튼한 시장 경제다. 돈이 제대로 돌고 적정이윤이 보장되어야 나눌 돈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 소외 계층의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며 거기에만 부응하는 데 초점을 두면 주택·부동산 시장은 왜곡될 수도 있다. 새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밑그림을 크게 그려야 한다.
이런 큰 틀에서 택지공급, 재건축·재개발, 도시재정비, 수도권 정비, 행정수도 등 한번 개발하면 되돌리기가 불가능한 부동산 문제를 거시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소외계층의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5년 후를 봐야 한다. 주택 등 부동산 상품은 공급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비대체성, 비이동성 등의 특징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전후방 연관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좋은 공약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큰 밑그림을 그리는 데 시간을 지체해서도 안되며 충분히 학계, 연구기관·단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