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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통령과 정치혁명

정치 경제 기술 3대 혁명 다시 시작해야

2002년 12월 25일 (수) 00:00:00

노영기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정치혁명, 경제혁명, 기술혁명의 3대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지 못하는 나라는 21세기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치혁명은 독선으로 얼룩진 아류 민주를 청산하는 것이다. 경제혁명은 정부통제시장경제를 민간자율시장경제로 바꾸는 작업이다. 기술혁명은 첨단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디지털화·나노화 이다.
경제혁명이 없이는 기술혁명은 불가능하다. 민간자율 시장경제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경쟁이 없는 한 첨단기술 및 정보촵통신 기술의 확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혁명이 없이 경제혁명은 있을 수 없다. 민주로 포장된 독선은 통제와 규제의 단맛을 뿌리치지 못해 시장을 민간 자율에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혁명이 없이는 경제혁명도 기술혁명도 없고, 결국 21세기에 좌절하여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치혁명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대통령의 지나친 독선이 군사독재의 관행을 답습하였다는 점에서 DJ 정권하의 한국의 정치혁명은 개악되었다. 날치기, 국회의원 빼가기와 빌려주기 등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는 아류 민주의 추태였다. 군사독재의 망국적 과오인 지역감정도 해소되기보다는 더 심화되었다. 전문성이나 능력을 고려하기보다는 정치적 논공행상에 바탕을 둔 낙하산 또는 나누어 먹기식 인사가 이 모든 것을 더욱 고질화시켰다.
독선적 아류 민주는 정치논리를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경제혁명에도 실패하였다. 정경유착 등으로 대변되는 반 시장경제의 결과가 IMF이기 때문에 IMF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과정은 시장경제를 체질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정치논리에 휘말린 정부는 금융촵기업구조조정과 재벌 빅딜 과정에서 통제와 규제의 반 시장경제를 더 강도 높게 답습하였다.
조급하고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국유화되다시피 한 금융기관, 부실의 책임을 대부분 공적자금에 떠넘겨 도덕적 해이를 만연케 한 점, 부채비율 200%, 재벌 빅딜 등과 같은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인 무리수로 대기업의 부실화를 부추긴 점, 이미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화된 특정 대기업을 정치논리로 무작정 지원하는 일, 재벌개혁이 재벌 일가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기보다는 대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질된 점,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우왕좌왕한 노동정책이 노동시장을 오히려 경직시킨 점 등 반 시장정책의 예는 이루 다 지적할 수 없다.
정치논리가 횡행하는 통제와 규제의 반 시장경제 하에서 기술혁명은 당연히 부진하였다. 연구개발보다는 관변 로비가 더 큰 수익성을 가져오고, 첨단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기초과학이나 큰 기술에의 투자를 담당해야 할 국가나 대기업의 관심은 시류에 영합하는 응용과학이나 작은 기술에 안주하였기 때문이다. IMF직전 한국의 정부촵민간기업의 투자규모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10 내지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였고, IMF를 거치면서 이러한 선진국과의 R&D투자 괴리는 더욱 커졌다.
한국은 3대혁명을 다시 시작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21세기 첫 대통령의 통치과제다. 한국이 3대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하고는 21세기를 어렵게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들과의 국가 총체적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한국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자율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선택사양이 아니다.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개별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의 책임과 판단 하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면 개인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이를 합친 국익 또한 당연히 극대화된다. 정부는 다만 공정한 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준칙을 강하게 적용시키는 작고 강한 정부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기술혁명도 선택사양이 아니다. 21세기는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이고 첨단기술을 자급자족하지 못하면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은 쉽게 말해서 우주선기술이다. 첨단기술을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는 우주물리학과 같은 기초과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기초과학에의 투자는 단기적 수익성에 관계없는 장기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주로 국가의 몫이다.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R&D투자수준을 따라잡는 노력에 국가예산의 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치혁명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논리만 횡행하지 않아도 경제혁명과 기술혁명은 반 이상 진척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독선, 특히 인치(人治)의 독선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 인치의 독선은 대중주의(popularism)와 결부되어 한 나라를 국민들의 단기적 이해관계에 영합하는 무원칙과 갈등의 혼란으로 몰아 넣기 때문이다. 세계를 경영하기 위해서 국가를 경영한다는 웅대한 비전과 철학을 정치권 모두가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하면 종전과 같은 이전투구 식의 편가르기와 권력투쟁방식도 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치산업은 당연히 줄여야한다. 사이비 진보주의자들을 포함하는 어중이떠중이가 모두 정치한다고 나서는 것만 자제시켜도 한국 정치수준은 크게 향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받는다고 천명한 대통령 당선자의 앞날은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 현정부가 저질러온 졸속정책의 혼란을 수습하는 것만도 많은 시간과 정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 운명으로 받아들여 인내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치의 독선과 대중주의로 21세기 문턱에서 한국을 3류 국가로 전락시킨 DJ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은 대통령 당선자에게 더더욱 중요하다.
프로필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장 △UNDP 자문위원으로 말레이시아, 아랍 에미레이트 등 경제발전자문 △중앙중소기업 연구소장(현) △중앙대학교 경제연구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