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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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청계천 복원

10-20년 후 도시발전 장애되서는 안돼

2002년 12월 10일 (화) 00:00:00

조명래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이명박 시장은 취임한 이래 연일 굵직한 개발계획을 발표해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서울이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는 반가움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이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변할까 하는 걱정이 일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든, 대도시관리의 기본 철학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두어야 한다. 지금의 각종 개발사업이 혹여 10, 20년 뒤에 도시발전의 장애가 되거나 부담이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대형 개발사업들, 가령 뉴타운개발, 마곡지구개발, 도심광장건설, 청계천복원사업 등은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각에서 볼 때 적잖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청계천 복원사업이 특히 그러하다.
서울시의 홍보물에 의하면 시민들의 절대다수가 청계천 복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심지어 언론도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에 대해 대개가 호의적이다. 그래서 지금은 복원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 알게 모르게 금기 아닌 금기가 되어버렸다.
청계천은 서울의 공간구조를 구성하는 뼈대이지만, 동시에 끝임 없는 '다스림의 대상'이 되어 왔다. 역사를 보면 청계천은 근 300년마다 대대적으로 손질되어 왔다. 오늘날 복개된 모습은 그 다스림의 극치이다. 복개된 청계천은 '성장의 노폐물을 방출하는 곳', '자연의 무덤', '성장의 속도를 보태는 곳'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던 청계천이 지금은 복원의 상징이 되고 있는 데, 이도 사실 따져보면 '새로운 인위적 다스림'의 한 연장인 것이다. 복원은 '성장의 상징에서 정비의 상징으로의 전환', '자연에 대한 향수의 충족', 도심활성화의 거점' 등의 의미를 띠지만, 요는 잘못된 복원이 또 다른 복원을 낳는다는 점이다.
복원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복원의 내용이 포괄적이어야 하며 또한 복원의 방식이 철저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의 원칙에서 볼 때 복원은 역사성, 생태성, 형평성, 효율성, 민주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청계천 복원은 구조물을 철거하고 인위적인 하천을 조성하는 의미를 넘어 고도 서울의 역사공간을 재현하는 한 구역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가령 광교·수표교·오수간문과 같은 주요 시설의 복원, 주변지역에 역사문화지구(예, 광교일대 조선시대 중인촌 복원, 오수간문일대 버드나무 군락지 조성)의 조성, 청계천과 관련된 민속놀이의 재현(예, 연날리기, 다리밟기 등), 4대문 안의 다른 역사문화지구와의 연계 등이 복원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둘째, 청계천 복원은 무엇보다 생태적 기능의 복원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청계천의 생태기능 복원의 출발점은 자연수가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자연수의 흐름은 생명·생태적 기능이 돌아오는 것의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천을 최대한 복원한 후, 우수·하수의 분리· 중수도 시스템의 활성화·소규모 폐수시설의 도입·지하수의 재활용 등의 방법을 통해 곳곳에 저류지를 만들어 여기서부터 물이 청계천, 한강으로 흘러들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물길을 따라 이른바 비오톱(작은 생태계)을 곳곳에 조성해 생태계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북악산-종묘-세운상가-청계천-남산으로 잇는 녹지축을 연결하는 기능도 부여되어야 한다.
셋째, 복원된 청계천은 주변의 기존 토지이용과 조화되고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청계천 주변은 어수선하면서 서민들의 삶과 관련된 가장 역동적인 문화가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두거나, 혹은 외부자본을 끌어 들어와 대대적으로(싹쓸이식으로) 재개발하면서 이들을 내쫓는 방식의 개발은 어떠한 경우든 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천변지역은 청계천의 역사·생태적 공간과 짝이 되는 전통·일상문화적 공간으로 특성화·명소화하는 방식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넷째, 청계천 복원은 주변의 토지이용, 교통흐름, 관리유지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과 장애를 발생시켜선 안 된다. 복원비용은 복원에 따른 비용, 청계천 자체의 유지관리비용, 청계천과 조화되는 주변지역의 관리 및 정비비용, 청계천을 통과하는 17만대 교통량의 처리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 바,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타당성 분석과 기본계획 수립이 사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청계천 복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최대한 이를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가 처음부터 강구되어야 한다. 주요 그룹(예, 상인, 노점상, 이용자로서 시민 등)들이 추진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선 지금의 관료적·하향적 추진방식과 조직은 대폭 바꾸어져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위원회 대신 '공사'를 만들어 추진해야 될지 모른다. 그 어떠한 경우이든 추진은 민과 관의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민관협력체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청계천 복원의 이러한 조건에 비추어 볼 때,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복원의 내용이나 방식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복원사업이 포괄적이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이나 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은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시장은 임기 내에 뭔가 가시적인 결과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어, 그 기간 동안 추진할 수 것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결국 '뜯어내고 한강 물을 끌어다 물을 흐르게 하는 복원'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가 대하는 청계천은 한마디로 '토목공사'와 같은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복원추진기구도 대개 기술관료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복원은 20, 30년 뒤에 다시 대대적으로 손을 대야 할 부담만 남기게 된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복원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조건이 성숙될 때까지 복원사업의 착수시기를 미루거나, 둘째, 장기적인 복원계획을 세우고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 중심으로 추진하거나, 셋째, 적극적 복원을 위해 중앙정부가 맡거나 아니면 특별별·특별전담기구(예, 청계천복원공사)를 만들어 추진하는 등의 방법 중 하나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프로필
△영국 서섹스대학교 박사(도시 및 지역학) △현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사)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한국공간환경학회장 △(사)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사) 환경과 생명 편집장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 △경기도도시계획위원 등 △행정자치부 공익사업평가위원 등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포디즘과 현대사회 위기', '녹색사회의 탐색', '현대사회의 도시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