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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하천

청계천 복원, 주변 개발계회과 조화이뤄야

2002년 11월 15일 (금)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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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은 아주대 환경도시공학부 교수

성인 1인은 매일 2L의 물을 마셔야 하지만 매일 400L에 가까운 물을 공급받고 있을 정도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사람이 어느 정도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80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미국과 같이 한 사람이 매일 1,000L 정도를 사용하는 나라도 있지만 아직 세계 인구의 1/4은 하루 50 L에 미치지 못하는 물로 생활하고 있다. 적은 양이건 많은 양이건 공급된 물은 마시는 목적 외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물이 없는 우리 생활은 생각할 수가 없다. 더욱이 가까운 곳에 물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생각을 풍요롭게 하며 이에 따라 최근 하천 환경이 중요하게 되었고 하천유지 용수의 개념에도 생태계 보호 등 환경보전이 고려되면서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자연형 하천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이같이 물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생활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으며 고대 문명의 발원지도 물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면서 도심을 흐르는 강이 강 주변의 건물 등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외국의 도심 하천은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으며 메마른 도시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은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오염물질의 제거 수단으로 이용되어 도시가 발달하면서 도심의 하천은 오염이 심화되었고 결국 하수도의 역할을 하게 되어 미관상의 문제점과 함께 오염된 하천을 따라 전염병이 전파되는 등 위생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되었다.
따라서 분뇨를 수거하지 않고 하천 등에 배출해왔던 유럽국가들은 하수도가 오래 전에 도입되었고 하천의 수질 오염을 일찍 경험하여 오수처리 시설을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즉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하천 오염이 심화되기 전에 수질오염방지시설들을 두어 하천 수질을 회복시키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함으로서 도심 하천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게 된데 비해 후진국으로 갈수록 이를 방치하거나 복개하여 하천의 모습을 상실하게 한 예가 많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청계천 등 도심하천이 오염제거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와 하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고 복개해버린 곳이 많다. 미관상 좋지 않고 악취가 나는 하천으로 전락시킨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이를 덮어버린 것인데 보이는 하천에 대한 관리도 소홀한 실정에서 보이지 않는 복개하천의 관리가 어땠을까는 구태여 확인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 복개된 하천을 복구시켜 원래 하천의 모습을 되찾고 도심하천이 도시 생활에 활력을 주는 자연 공간으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복개되어 상가가 들어서고 주변이 슬럼화 되었던 산지천 약 500여m 구간을 복구시켜 주변을 말쑥이 정비하고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되살려 놓았으며 각 지자체들이 복개하천의 복원과 자연형 하천으로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을 끄는 것은 서울 청계천의 복원 계획일 것이며 인구 천만이 넘는 대도시의 도심의 복개하천이며 복개된 공간으로 엄청난 교통량을 소화하고 있는 청계천의 복원 계획에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 전문가들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것은 복원을 너무 단기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복원공사 기간동안 대도시 시민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수긍이 가지만 공사에 앞서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청계천 복원에 대한 논의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오래 전부터 일부 학자 그룹들에 의해 검토되어 온 이슈이기 때문에 이미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원된 이후의 청계천의 모습이 어떤 모습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복원된 청계천 변에 대해서는 어떤 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있으며 복원된 청계천은 이같은 개발계획과 조화를 이루게될 것인가? 복원된 청계천을 따라서 어떤 건물들이 들어서게 될 것인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지역이 주거지역이 아닌 사업지구일 것이기 때문에 이에 걸 맞는 건물들이 들어서게 될 것은 분명하다.
바람직한 도시하천을 말할 때 자연형 하천으로 정비된 양재천을 예로 들지만 같은 도시하천이라고 해도 주변에 영업용 건물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는 청계천의 모습이 양재천과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청계천이 어떤 형태로 복원되어야 하는가는 주변 개발계획과의 조화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도심의 하천은 시민이 찾지 않는 또 다른 흉물이 될 수도 있다. 한강에 유람선이 다녀도 유람선을 타고 볼 것이 없다는 것을 불평하면서 우리는 세느강 등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흐르는 아름다운 도심의 하천을 그리워해 왔다. 따라서 복원된 청계천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중한 도심 하천이 되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게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계천이 우리 시대의 것이 아닌 우리 후손들의 자산이라는 자세로 주변의 개발계획과 조화를 이루도록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복원계획을 수립하고 복원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미국 Univ of California, Berkeley 환경공학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 기술관리센터 소장(1991∼9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1998∼2001) △아주대학교 환경도시공학부 교수(2001∼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