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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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개발은 또 다른 난 개발의 시작

수도권 더큰 과밀화 야기

2002년 11월 05일 (화) 00:00:00

노영기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강남 아파트 투기는 과밀화로 인해 만성적인 초과상태에 있는 서울의 주택수요가 주거 및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강남에 국지적으로 집중하는 현실에 IMF 이후 경기 진작 책으로 무분별하게 남발된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특히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정책 등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서울시가 들고 나온 강북 개발계획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비켜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더욱 민자유치의 어려움이 예견되자 공영개발로 고급 주거단지를 서울 외곽에 건설하겠다는 발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전형적인 한건주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강북개발은 세무조사로 잠시 움츠리고 있는 투기꾼들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다시 과열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풍부한 유동자금 탓에 주택에 대한 만성적인 초과수요가 고질적인 투기수요로 변질되어 있는 상황에서 강남을 때리면 수도권의 다른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것이고,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로 땅값이 오르는 강북은 투기꾼들에게 수도권 중에서 가장 군침이 도는 대상이 될 것임은 뻔한 일이다.
다음으로 강북개발은 필연적으로 수도권을 더욱 과밀화한다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그동안 주택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건설한 서울 근교 신도시들이 주택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결국 수도권 과밀화로 연결되었음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수도권 과밀화가 강북개발로 더 악화되면 이는 주택투기를 장기적으로 더 악화시킨다는 문제를 넘어 국토의 효율적인 개발 관리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난개발의 가능성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서울시에 의하면 강북의 개발을 위해 강북지역의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고 기존 부도심과 건축의 재개발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도로, 공원 등 도시 기반시설의 한계로 난개발이 될 공산이 크다. 강북지역의 재개발 및 재건축은 지난 80년대 이래의 무분별한 주택보급확대정책으로 인해 소규모 단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미 난개발의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 도로,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갖춘 용지의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강북개발의 본질적인 문제는 그것이 너무 졸속에다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수요를 유인하기 위하여 소위 명문고등학교 분교와 과학고등학교를 강북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설치된 많은 특수 목적고등학교가 있음에도 강북이 낙후되고 있는 실증적인 사례를 보면서도 이런 계획이 나왔다는 것은 강북개발이 얼마나 즉흥적인 발상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더욱 민간개발의 어려움이 지적되자 들고 나온 공영개발은 점입가경이다. 공영개발이 비효율적이고 부패의 온상이 되기 쉽다는 우려는 접어두더라도 우선 토지수용 등 공영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의 조달이 간단치 않을 것이다. 또 강북도심에 부지확보가 어려워 외곽에 고급 주거단지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개발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강북낙후의 중요한 원인중 하나인 교통체증은 격자형이 아닌 불규칙 선형 도로망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외곽에 고급 주거단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수도권을 과밀화하는 것 이외에 다른 아무 효과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의 균형발전을 위해서 낙후된 강북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나 졸속으로 아파트 건설을 추가하기보다는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노후시설을 정비하는 동시에 기존 기능 중 일부를 외부로 이동시키고 무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하는 등의 장기적, 종합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서울의 균형개발에 관한 50년 내지 100년의 장기계획이 주도면밀하게 마련되고 그 안에서 강남의 주택투기대책과 강북의 재개발대책이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강북개발을 주택시장의 안정화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큰 잘못이다. 우리의 주택투기 문제는 이미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치열한 입시경쟁, 부동산 투기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 정치논리에 찌든 조변석개의 부동산정책 등 사회 총체적인 병리현상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손대지 않고 주택투기를 잡기 위하여 신도시를 건설하고 강북을 개발한다는 등의 계획은 마치 한강을 복개하자는 계획과 같이 허망하고 가당치 않은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프로필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장 △UNDP 자문위원으로 말레이시아, 아랍 에미레이트 등 경제발전자문 △중앙중소기업 연구소장(현) △중앙대학교 경제연구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