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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자원의 보고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2002년 10월 15일 (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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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은 아주대 환경도시공학부 교수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으로부터 시작되는 백두대간은 한반도 남단의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1,400km의 산줄기로 시베리아, 만주, 그리고 한반도의 생태적 에너지를 연결시키는 이동통로로서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남쪽만을 보면 백두대간은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약 680km에 달하며 이로부터 14개의 산줄기가 분지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백두대간에 대한 인식은 고려시대로 거슬러가지만 이때는 생태 환경적인 의미보다는 풍수지리적인 민족정서 개념과 생활문화권을 구분짓는 지형 경계로서의 개념이 컸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들어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산지체계의 중심적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지만 백두대간의 생태환경적인 가치와 보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국토 난 개발의 심각성이 노출된 '9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백두대간의 대규모 산림대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생물자원으로서 다양한 생물의 서식 공간을 제공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며 한반도 산림구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산소 공급 및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공익적 기능과 각종 임산물과 광물의 생산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한반도 대수층을 구축하는 수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지역에서 백두대간 전역에 걸쳐 고르게 발달된 다양한 산림생태계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이며 동물류도 담수산어류 135종, 해수산어류 825종, 양서류 15종, 파충류 29종, 조류 383종, 포유류 76종으로 총 1,463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이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요한 백두대간이 각종 개발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우선 백두대간 전역에 걸쳐 건설된 도로, 터널 및 철도 등 교통시설은 산림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를 단편화시키고 있다. 또한 송전탑과 대규모 통신용중계소 등 전기 통신시설들이 백두대간을 관통하고 있으며 이밖에 소백산 국립천문관측소등 기상관측소와 항공관제센터 및 연료(가스)저장고 등의 기간시설과 각종 군사시설들이 위치하고 있다. 군사시설의 경우 부대의 철수 및 이동 이후 폐자재가 임의로 방치되는 등 소홀한 사후 관리도 문제가 되며 대부분 내부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환경 생태계 현황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각종 리조트 건설과 온천개발 등 관광개발로 백두대간 인근에 관광레저 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 많다. 여기에 지자체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백두대간 인근 지역의 자연환경을 자원으로 하는 생태관광개발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자연 환경을 훼손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 개발사업들에 대해 자연환경보전을 우선으로 한다고 하지만 개발로 인한 대규모 자연 생태계 훼손은 피해갈 수 없게되며 피해나 훼손에 대한 복구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백두대간 개발사업 추진에 대한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역주민(67.8%)과 전문가(82.6%) 다수가 환경훼손을 최소화한다는 전제로 개발을 허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는 막연히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때문에 개발 자체를 막는 것은 국가와 국민 개개인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물론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특히 지역 주민들에서는 전문가 집단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이 지니고 있는 백두대간의 환경보전 의식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백두대간의 이용과 보전이 합리적 관리전략이나 장기적인 비전에 의하여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어 각 개발사업에 대한 개별적 접근에서 탈피하여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백두대간의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생태 등에 대한 자연환경조사가 백두대간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 백두대간의 생태적 특성을 규명할 수 있는 생물종간, 경관단위의 상호관계를 파악해야 하며 훼손실태에 대한 다양한 조사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이같은 현장 조사 및 실태 파악 결과는 정보화함으로써 개발사업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시설의 불가피성 여부의 판단과 대안 설정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백두대간 및 인근지역의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을 보전에 관한 환경정책기본법, 자연환경보전법, 자연공원법 등 40여 개의 관련법들을 정비하여 백두대간 관리의 개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관련법들을 체계화하고 일관성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함으로서 여러 지역이 다른 법률에 의해 중복 지정되어 관리되거나 각 부처에서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백두대간의 보전과 이용을 다루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백두대간은 지역별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일률적이고 경직된 정책보다는 지역 여건을 감안하여 융통성 있고 신축적인 법·제도의 통합관리 체계로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백두대간의 관리를 위한 관리부서를 정하고 이 부서의 역할 및 임무와 책무를 명확히 하여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는 백두대간의 관리가 되도록 하여 백두대간이 우리 민족의 삶을 지탱시키는 생태계와 자원의 보고로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미국 Univ of California, Berkeley 환경공학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 기술관리센터 소장(1991∼9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1998∼2001) △아주대학교 환경도시공학부 교수(2001∼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