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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주택시장과 89년과의 4가지 차이

전문가칼럼

2002년 10월 15일 (화)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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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9·4 주택시장안정 대책이 발표되면서 당시 주택시장 상황이 과거 일본의 버블시기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의 주택시장이 과도하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의 주택시장을 1989년 상황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1989년에도 주택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고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초래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주택시장이 1989년과 다른 점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강남과 강북지역간의 주택가격 차이에 있다. 89년 당시에는 전체적인 주택가격 상승률이 현재 보다 훨씬 높았었다. 하지만 서울 강남과 강북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각각 38.9%와 32.1%로 상승률 격차가 6.8%p였다. 올 8월 말 현재 서울 강남과 강북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각각29.2%와 17.8%인 점을 고려하면 그 격차는 11.4%p로 늘었다. 이는 주택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주거환경 수준에 따라 주택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강북개발이나 강남 지역의 대체 주거지로서 신도시 개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공급확대 속도 차이이다. 89년에는 분당 신도시 개발계획을 같은해 4월 발표하고 약 7개월 뒤인 11월에 시범단지 분양에 들어갔다.
속전속결식으로 추진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9·4대책에서는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뜸을 드리고 있다. 즉 판교 신도시를 조기 추진한다고 하면서 앞으로 2년 뒤에 하겠다는 공약을 하는 정도이다. 그만큼 주택시장에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의지만 있을 뿐 이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사항이 9·4조치 이후에도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답보상태에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시장내 수요자(혹은 투기자)들이 정책을 이해하는 폭이 넓거나 아니면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의 차이를 들 수 있다. 89년과 90년 정부의 대책은 말 그대로 ‘부동산투기억제 대책’이었다. 반면 올해 추진된 대책은 ‘주택시장안정대책’이라는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주택 뿐 아니라 토지, 그리고 투기대상자들도 개인 뿐 아니라 기업들까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투기억제대책이 주택 시장은 물론 토지시장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올해는 오로지 주택시장에 국한해 이뤄져왔고 그것도 기업들이 아닌 개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배경에는 강남지역이라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급등이 발생했고, 토지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는 98년부터 지속된 주택경기부양 정책 기조를 나름대로 유지하려는 의도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더블 딥(double dip)이나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내 경기침체 우려 가능성 때문에 금리인상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주택과 관련된 대출 규모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89년 당시에는 민영주택자금 대출 규모가 약 1조 4,000억원 정도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이보다 약 5배나 많은 7조7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9·4대책을 세우면서 주택담보 대출 축소 등을 거론한 것도 바로 이러한 대출 규모 증가를 염두에 둔 것이라 여겨진다. 사실상 일본식 버블붕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즉 정부는 금리변동이나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대출을 받은 개인은 물론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까지 연쇄적으로 금융대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4가지 차이점을 통해서 볼 때,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공급확대의 속도를 높이고 시장내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이다. 또한 경기 부양속도의 조절과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정책의 병행도 아울러 적극 검토하여 일본과 같은 불황 가능성을 사전에 해소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홍익대학원 도시계획과 석사, 박사과정 수료, 동부건설 개발사업부(전),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수석 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