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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발 - 해결책은?

지역특성 고려한 환경친화적 계획 필요

2002년 09월 25일 (수)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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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은 아주대 환경도시공학부 교수

난 개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용인 지역 등을 중심으로 한 난 개발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수도권에 집중하는 수요를 충족시킬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여 방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자연의 환경용량을 고려하는 범위 내에서 이같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계획적인 신도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으나 그나마 보전되어 있는 서울 근교의 자연을 훼손시키고 수도권 인구 집중을 심화시킨다는 부담 때문에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가까이 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수요까지를 무계획적으로 수용하면서 한강 상류지역의 자연이 파헤쳐지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난 개발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의 훼손만은 아니다. 얼마 전 TV에 방영된 서울 인근 도시의 무분별하게 재개발된 주거지의 모습에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재개발로 인해 조성된 주택단지내의 거리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 다닐만할 정도로 좁았고 사람 한 명도 제대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을 사이로 주택들이 들어서 있어 개인 사생활 보호나 일조권 등은 아예 포기한 듯 하여 주거환경이라는 개념은 전혀 없는 또 다른 난 개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 지역은 재개발을 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 계획적인 재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북한에서 다락밭, 비탈밭 등 산지의 무분별한 개발로 산지가 홍수 피해를 완충시킬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여 작은 홍수에도 큰 피해를 입게 되었고 이는 북한의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자연의 난 개발은 자연이 갖고 있는 자연 재해에 대한 조절 능력을 저하시키게 되며 우리나라에서도 난 개발이 이번 태풍에 의한 피해가 그토록 커지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큰 태풍 피해를 입은 한 지방 도시의 경우 하천의 흐름을 돌려가면서 단지를 개발하였고 큰 비가 오자 물이 자연상태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면서 개발된 단지를 덮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난 개발이 현재의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수도권 인구 집중률이 47%로 영국(12%), 프랑스(19%), 일본(32%) 등을 크게 웃도는 우리나라에서 수도권에 집중되는 개발 수요를 효율적으로 수용하는 방안과 함께 획기적인 수도권 인구 유입 억제정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난 개발에 대응할 수가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의 집 값에 경기도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경기도의 인구가 곧 서울 인구를 넘어서게 될 것이며 경기도 지역 산과 들의 희생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경기도가 앞 다투어 신도시 개발 계획을 제시하는 등 2020년까지 약 1억 평 정도를 개발하여 수도권의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해제 후 자연보전을 위주로 관리하겠다던 그린벨트도 주거단지로 전환되고 있어 수도권에서만 2,000만평 정도의 그린벨트가 택지로 전환될 전망이어서 급기야는 택지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일부 지역 주민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청원을 제출하게까지 되었다.
결국 수도권에 유입되는 인구와 개발 수요를 지방에 분산시키지 않고서는 난 개발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가 집중되면서 지방의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이며 더욱이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생산력 또한 저하되고 있다. 따라서 아직도 지방에 가면 자연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 많이 있으나 경제 활동은 빈약하고 지방재정 또한 여의치 않아 개발이 미치지 못한 자연의 모습을 칭찬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개발과 환경 그리고 경제와 환경이 상충되는 관계가 아닌 상생하는 관계로 정립되어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할 때지역 특성을 고려한 자연친화적인 지방의 개발로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방을 수도권보다 생활하기 편리한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고 난 개발을 막는 근본대책이 될 것이다. '좌병우치(左病右治)'의 정신을 적용하여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놓고 수도권에서 해결책을 찾기보다 수도권 밖에서의 적절한 조치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환경에 대한 의식이 달라지고 삶의 가치관도 달라진다. 흔히들 1만 불 소득의 우리나라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기대치는 소득 2만 불 정도 되는 국민들 수준이라고 한다. 소득이 따라가지 못하여 높은 환경의식 수준에 걸맞게 삶의 가치관이 변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이 되면 복잡한 도심보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자 하는 수요는 늘어가게 될 것이다. 그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다 지방에 또 다른 난 개발 현장을 조성하지 말고 미리 지역 특성을 고려한 환경친화적인 계획에 의해 지방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의 난 개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미래의 수요도 적극 수용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미국 Univ of California, Berkeley 환경공학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 기술관리센터 소장(1991∼9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1998∼2001) △아주대학교 환경도시공학부 교수(2001∼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