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5 목 17:43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부동산 중개 수수료 합리적 개선을

턱없이 낮은 수수료 양질 서비스 어려워

2002년 09월 18일 (수) 00:00:00

부동산신문

renews@renews

지난 5일 대법원은 법정한도를 초과해 수수한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돌려 달라며 중개업자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중개업자에게 법정한도 초과금액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유사소송에서 대법원이 '법정한도를 초과해서 받은 수수료는 형사처벌과 행정적 제재는 할 수 있지만 사법상의 약정 자체는 무효를 볼 수 없다'는 판결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판결이 다를 수 있고 의뢰인과 중개인간의 분쟁이 잦은 사안이다. 지난 3월의 판결은 투기적 거래이기 때문에 그런 판결이 나왔다. 문제는 투기나 투자 또는 실수요자 여부 등이 쉽게 가려지지 않는게 부동산 거래이고 보면 부동산 중개 수수료 체계가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되어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의 현실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개 수수료를 올리면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수료 체계를 가지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인·허가를 얻어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중개업자들은 이런 낮은 요율 체계 때문에 중개 보조원을 채용해 고객에 더욱 다가가는 질 높은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우리 중개현장은 인·허가를 득한 업소중 75% 이상이 1∼3명으로 운영되는 영세업소가 주도한다. 가끔 일부 언론에 크게 떠드는 부도덕한 중개업자는 대부분 무허가 업자인 경우가 많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그동안 많이 개선되어 일정금액 이상은 법정한도 금액이 없어지고 0.9%까지 적용된다. 그러나 이런 거래는 1년에 한 번이 있으면 행운이며 더구나 대부분 인·허가 업소는 이런 물건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우리 중개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보통거래는 전·월세이다. 전·월세의 경우 수수료 체계가 현실적이지 못하며 특히 월세의 경우는 현행 수수료 요율 체계는 역진적이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계약한 경우 수수료는 보증금 1,000만원과 1년 계약 기간동안 임대인이 받는 월세의 합계액인 1,200만원을 합해 2,200만원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월세를 100만원 내는 아파트의 실제 임대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즉, 전세금 1억 1,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는 수수료 요율과 월세로 2,200만원을 기준으로 하는 수수료 요율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경우 중개업자의 몫은 0.3%의 수수료가 적용되는 전세의 경우는 33만원이나 0.5%가 적용되는 월세의 경우는 11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낮은 월세 수수료 체계로 양질의 중개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부동산 중개 수수료 문제는 현실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이 중개업계와 일반시민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법정 한도 수수료를 주고받아야 하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개업자가 수수료를 더 요구하면 의뢰인은 당연히 더 주어야 하는 관행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수수료 체계를 현실화하고 법을 어길 경우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 당국은 영세 부동산 중개업자도 가장이고 직업인이라면 그들에게도 생활이 있고 직업에 대한 긍지(양질의 서비스를 해주는 직업인으로서)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