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걷고 달리는 길)

길(道)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장소를 연결해 주는 통로를 말한다. 사람이 다니는 경로를 가리키기도 하며, 평평하게 정리돼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로와 그 옆에 나란히 있는 인도를 포함한다.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걷는 길’

길은 ‘어떤 상태로 가는 과정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詩人)들은 사전적인 의미와 달리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박목월(1915-1978) 선생의 詩 <나그네>는 그 자체가 우리네 인생 길이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 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아름다운 석양의 하늘)

또한, 윤동주(1917-1945) 시인의 <새로운 길>은 미래를 향해 걷는 길이어서 좋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날마다 길을 따라 걷는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은 또 어떤 길을 걸을까?

길은 바로 인생에 비유돼

베네딕토 수도원에 머물며 유럽인들의 정신적 아버지이자 영혼의 인도자로,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독자들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독일의 ‘안젤름 그륀(Anselm Grun)’ 신부가 쓴 에세이<머물지 말고 흘러라>(서문연 번역)를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길은 곧잘 인생에 비유됩니다. 당신은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꿈을 꾼 적이 없습니까? 그리고 가던 길이 갑자기 끊겨서 이리저리 악몽에 시달린 적이 없습니까? 인생이라는 길은 험난합니다. 고난이 인생의 길 곳곳에서 당신을 맞이합니다.>

아무리 꿈이라고 할지라도 가던 길이 끊어지면 얼마나 황당할까?

꿈은 곧 현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젤름 그륀(Anselm Grun)’ 신부>

이 책은 사람의 인생을 엮는 6가지 테마인 시작, 인연, 동경, 고통, 쉼, 다시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 ‘방랑’에 대한 글이 필자의 눈을 끌었다.

<방랑은 힘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우울한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우울한 성격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너무 심사숙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방랑을 통해서 그 악순환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때 심사숙고 하면서 머무르지 말아야 합니다.>

저자는 ‘사람이 머무르는 순간 희망이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안주하지 말고 새롭게 도전하라는 의미다.

또한 그는, ‘새로움은 오래된 것을 놓아줄 때에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고 있다.

저자 ‘안젤름 그륀’ 신부가 내린 결론이다.

“성숙해지는 것은 두 개의 돌이 서있는 비좁은 통로를 비집고 통과하는 것과 같습니다. 좁은 통로를 통과하면서 살이 찢기는 고통을 받더라도, 용기를 내어 그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새로워질 수 없습니다.”

'머물지 말고 흘러야 하는 이유'가 명백하게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