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딸기 고추장을 무료로 드립니다. 제공 시간은 딱 10분 동안입니다. 아파트 옆 은행 앞으로 오세요!”

아파트 창문을 열자 길 건너 골목길에서 확성기를 통해서 사람들을 부르는 멘트가 진하게 흘러들어 왔다. 목청을 높인 사람은 1톤 트럭을 몰고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홍보를 하고 다닌 듯싶었다.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멘트에 귀가 쫑긋하는 사람들이 빨려들어갈 만큼 목소리가 좋았다.

얼마 전 토요일 오전 11시. 마침 산책을 나가려던 참이어서 아내와 함께 나갔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영농제품을 팔고 다니는 트럭/ 이미지 사진)

사람들이 트럭 앞으로 옹기종기 모이자 작은 텐트 속으로 안내했다. 리더격인 사람이 먼저 인사말을 했다.

“방송으로 안내한 바와 같이 오늘 순창 딸기 고추장 한 팩을 홍보차원에서 무료로 드립니다. 미네랄과 딸기와 순창고추장이 만나 여러분께 건강과 미용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30여명의 예비 고객들은 리더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먼저 검정색 비닐 봉지를 하나씩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그는 비닐 봉지에 파란색 주걱 하나씩을 사람들이 들고 있는 비닐 봉지에 넣어주었다.

“이 주걱은 옥(玉)으로 만든 것입니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은 우리 몸에 해롭습니다. 특히 밥풀이 전혀 묻지 않습니다. 건강용 옥 주걱을 먼저 선물로 드립니다.”

(나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플라스틱 같은데…)

(선물로 받은 옥 주걱)

건강-얼마나 중요한가. ’건강’이라는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사람들의 표정에 따라 리더의 얼굴도 칠면조처럼 변했다.

“다음은 순창의 인삼 고추장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고추장에 인삼을 첨가해서 고추장의 맛을 순화시켰습니다. 오늘은 준비가 안 돼서 드릴 수는 없습니다. 나눠드린 쪽지 뒷면에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딸기 고추장 언제 주나요? 인삼 고추장은 또 뭐예요? 날도 더운 데…”

한 할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그도 바로 퉁명스럽게 응답을 했다.

“기다리시기 싫으시면 그냥 가세요!”

할머니는 '획' 돌아서 가버렸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리더와 일행은 영농조합으로부터 수당을 받고서 하루 종일 목청을 높이면서 제품 홍보에 열중하는 몸일 것이다. 그래서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할당량을 고객들로부터 걸려온 주문 전화가 결과물이다. 고추장만이 아니다. 헛개나무, 검정보리, 장곡쌀, 홍삼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가 순간적으로 발끈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을 것이다. 근 다시 목청을 높였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산에 멍드는 우리의 농촌을 살려야 합니다. 여러분!”

마치 정치인의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옳소!”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리더는 금산 인삼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삼은 오장을 보호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눈을 밝게 하고,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오래 살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 인정되는 인삼의 약효를 요약하면, 강장·강심·건위보정·진정 약으로 널리 상용되고, 위장기능 쇠약에 의한 신진대사기능의 저하에 사용되며, 소화불량·구토·흉통·식욕부진 등에도 응용됩니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 등은 적은 양을 복용하여 자신에게 맞는 지 여부를 확인 후 계속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습니다.”

(순창 딸기 고추장)

그리고서 그는 170g의 딸기 고추장 한 팩씩을 나누어주면서 말했다.

“맨 먼저 나눠드린 파란색 주걱을 여기 탁자 위에 올려놓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나, 둘, 셋 한 후에 ‘금산!’하고 큰 소리로 외친 분 세 분께 한 달 분 금산 홍삼 진액 한 통을 무료로 드립니다.”

“하나, 들, 셋! 금산!”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금산’의 구호와 관계 없이 당첨의 영광을 안았다.

“당첨!”

세 사람은 직원을 따라 다름 장소로 이동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물론 구호와 관계 없이 나도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산책 나가려고 쓴 유격대 조교 같은 빨간색 모자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은 색 비닐 봉지는 저를 주고 따라오세요!”

나는 조력자 한 사람을 따라서 은행 앞 벤치로 갔다.

“이 홍삼 진액은 3개월 연속 드셔야 효능이 있습니다. 카드를 주시면 2개월분을 무료로 드리고 나머지 1개월만 받습니다. 37만원입니다. 6개월 무이자 할부입니다. 신용카드를 주세요!”

"나, 아무 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어요."

세 사람 중 두 명은 그대로 돌아가고 한 사람만 사인을 했다. 33%의 성공인 셈이다. 카드를 긁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에게 순창 고추장 봉지를 팽개치는 모습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전화 주문이 많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주섬주섬 짐을 챙긴 그들은 다시 트럭을 어디론가 몰고갔다.

그들이 떠난 뒤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확 쏟아져라! 시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