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이다. 산이나 들로 가지 않더라도 공원의 산책로나 도로변에서 잡초(雜草)들을 볼 수 있다. 아주 흔하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을 통해서 잡초의 의미를 짚어본다. ‘잡초 혹은 잡풀은 인간이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난 것으로 인간에 의해 재배되지 않고 저절로 나서 자라는 잡다한 식물이다.’

<미움 받는 식물들>

(사진: 존 카디너 박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농업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존 카디너(John Cardina)박사의 책 <미움 받는 식물들>(강유리 옮김)은 잡초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책의 들어가는 말에 ‘잡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잡초란 무엇인가. 잡초가 흥미로운 이유는 정의 내리기가 너무 어려워서이기도 하다. 잡초에 관한 책이나 수필은 물론 ‘잡초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도 유구하다. 하지만 정원을 가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잡초를 알아본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잡초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잡초에 대한 정의 대부분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잡초의 정의도 참으로 어렵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산이나 들판에 피어 있는 들꽃은 그렇게 아름답고 반가울 수 없다. 그런데, 그 꽃이 밭이나 정원에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뽑고 뽑아도 또 나오는 ‘이놈의 잡초’가 돼버린다. ‘잡초’는 두 얼굴의 식물이고, 모순의 식물이다.>

책 <미움 받는 식물들>은 잡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더 번성한다...끈질긴 잡초의 저력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 잡초를 없애기 위해 무슨 짓까지 마다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짚어나간다. 나아가. ‘잡초’도, ‘잡초다움’도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인간 옆에서, 인간의 영향을 받아 잡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파헤치거나, 숲을 불태우거나, 길을 내고 공장을 지으려고 자연을 파괴하고 땅을 방치했을 때, 잡초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인간이 거슬리는 잡초를 없애려고 수를 쓸수록 잡초는 살아남을 묘수를 찾아냈다. 특히 제초제(除草劑)처럼 잡초를 없애려고 발명된 화학약품들은 하나같이 이 성가신 녀석들을 부추기기만 해서 더 큰 피해를 유발하고 더 통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인간이야말로 잡초를 만든 주범이란 말인가.

<미움 받는 식물들>은 민들레·어저귀·기름골·플로리다 베가위드·망초·비름·돼지 풀·강아지풀을 엄선해서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양 민들레)

<민들레의 경우를 보자. 민들레는 그저 생물학적 분류가 아니라 사회·문화·심리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민들레는 그다지 심각한 잡초로 여겨지지 않는다. 건물 사이 공터나 길가에 제멋대로 피긴 해도, 샛노란 꽃을  불면 함께 날아가는 하얀 씨앗은 정겨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반응은 다르다. 그들은 민들레를 공공질서를 해치고, 사회적 체면을 훼손하는 악성 존재로 여긴다. 자기 집뿐만 아니라 이웃집 잔디밭의 민들레도 용납하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민들레를 그냥 뒀다'는 이유로 '행정 당국에 고발해서 벌금을 물리겠다'는 이웃의 협박을 받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강아지풀(Setaria)

(강아지풀)

<강아지풀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육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강아지풀은 가능성을 상징하며, 그러한 가능성이 없다면 희망은 허상에 불과하다.>

<강아지풀은 예로부터 곡물로 이용되었으며, 지금도 인간에게 영양분을 제공한다. 또 다른 일부는 열대지방 방목지에서 가축의 에너지원이 되어준다. 화려한 관상식물로 이용되기도 한다.>

<미움 받는 식물들>이 내린 결론이다.

‘인간과 닮은 식물. 잡초의 새옹지마(塞翁之馬)’

 잡초를 통해서 인간을 일깨우려는 책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