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국경 부근에서 6일 발생한 진도 7.8의 지진으로 양국(兩國) 사망자가 10일 현재 2만 명을 넘어섰다. 유엔은 ‘피해의 전모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고 밝히고 있다.

피해 지역에서는 잔해 속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진 발생 100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 구출의 희망은 점점 빛을 잃고 있다.

(튀르키예의 지진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 야후재팬)

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얼어붙는 추위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대피 장소와 식수,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은 수천 명에 이른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지진이 100년에 한 번 있는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피해 지역에는 10만 명 이상의 구조대원이 들어서 있지만 차량 부족과 도로 손상 등으로 활동이 막혀 있다.

세계은행이 9일 기본 인프라(Infura) 재건과 이재민 지원을 위한 긴급자금을 포함해 튀르키예에 178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하는 등 국제적 구호활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진 발생 시 최초 5분의 대응 요령’ 중요해

(<진도 7에서 살아남다>책의 표지)

“지진의 피해자이자 의사로서, 지진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전하고 싶다”면서 <진도7에서 살아남다>라는 책을 낸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금 들춰본다(2008년 본지 칼럼 참조).

저자는 일본 니가타(新潟)의 메디컬센터 상임고문 다무라 코우지(田村康二)씨. 그는 ‘진도7’의 대지진을 두 번이나 겪고서도 살아남았다. 그가 제시한 ‘지진 발생 시 최초 5분의 대응 요령’이다.

첫째, 손전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손전등은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고, 건물의 흔들림에도 잃어버리지 않는 안전한 곳에 둬야 한다. 당황한 나머지 손전등을 ‘어디에 두었지?’ 허둥대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건전지의 유효기간이 지나지는 않았는지를 평소에 체크해야 하며, 건전지를 예비로 확보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탈출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탈출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철근 건물의 경우는 문틀부분이 뒤틀려서 탈출구가 막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헬멧이나 안전모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피 중에 낙하물이 머리에 떨어지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게 때문에 필히 헬멧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헬멧은 사무실, 자동차, 자택 현관 등 곳곳에 비치하는 것이 좋다. 헬멧이 없으면 방석(座布団)을 뒤집어쓰는 것도 요령이다.

이상 세 가지가 지진 발생시 5분 이내에 취해야 할 행동 규칙이다.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지만, 대지진이 발생하면 정전이 되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혀 버리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필히 비치해야 할 물건들이 있다. 휴대전화·안경·콘택트렌즈·보청기·변기통·담요·방한복·휴대용의자·비상약·비상식량·물(水) 등이다.

다무라(田村) 씨는 ‘지진 재해지에서 의사가 얻은 교훈’을 주제로 수시로 강연을 한다. 강연내용은 (1). 지진 직후의 상황과 행동 (2). 가옥의 피해상황 (3). 재해의료체제의 정비 (4). 지진 대책 (5). 지진에서 얻은 교훈이다.

재해에 대한 의료 준비 체제는 평소부터 충분히 정비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심장이 멈췄을 때 전기충격을 가해 소생시키는 기계(AED)는 모든 공공시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나가오카(長岡)에서 약 50명이 지진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가 말한 지진을 통해서 얻은 교훈이다.

“지진을 두 번 겪은 나는 지진의 무서움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괴로움을 일생 잊을 수 없다. 지진을 당해 공포의 트라우마에 빠지지 말라. 되도록 가능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절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이나 돈이 아니라 자신의 지혜와 사람들과의 연대다. 이것이 무엇보다 재산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또 다른 '매뉴얼'인 ‘대 재해와 테러에서 살아남자!’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1억 명의 방재(防災)핸드북’에 들어있는 내용도 지극히 평범하다. ‘우리 집의 내진도(耐震度)를 체크하자’는 항목을 몇 가지만 들어본다.

ㆍ우선 집의 지반을 체크한다.

ㆍ기초 공사부분과 기둥을 체크한다.

ㆍ지붕의 안전성을 체크한다…… 등이다.

이는 지반과 기초공사가 취약하면 어떤 지진대책을 세워도 일순간에 집이 유실됨은 물론 생명의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뉴얼’들은 모두가 누구나 알고 있는 기초적인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나열만이 아닌 평소 훈련을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