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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TV드라마와 영화
2022년 12월 16일 (금) 08:10:39 박영 작가 renews@renews.co.kr
   
(박영 작가)

최근 영화감독 K씨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와 나는 요즘에 개봉한 영화나 방영이 끝났거나 방영중인 TV드라마 등에 대해서 주로 얘기를 한다. 입으로 쓰는 비평서이다. 그리고 어떤 소재로 TV드라마와 영화의 대본을 쓸 것인가 등등에 대해 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는 8편의 영화를 연출한 중견 영화감독이다. 나는 몇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고 TV드라마도 썼던 사람이라서 그와의 관심사가 동일하다.

그는 최근 TV드라마 제작사로부터 연출 제의를 받았다. 제작사 측에서는 이미 3회까지 쓴 대본을 읽어보라고 주면서 연출의사를 타진해왔다고 한다. 영화 연출의 제의가 들어오지 않고 있으니 TV드라마의 연출은 처음이지만 ‘기회가 되면 해보기로 작정은 했다’고 한다. 사실 그가 원하는 건 영화 연출이지 TV드라마의 연출이 아니므로 ‘작정은’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제작사에서 건네준 대본을 읽었는데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일단 본인 취향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폭력·복수·치정·살인 등의 그야말로 액션(?) 가득한 센 드라마라 한다. ‘세면 어때서? ’라고 물었더니 “아, 복수도 좋고 폭력도 좋다 치고, 살인을 왜 그리 쉽게 많이 하는 거냐구요? 안 죽여도 될 일인데 막 죽이고. 그리고 너무 잔인해요. 뭐 그리 잔인하게 사람을 대해요? 아, 취향에 안 맞아요.” 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결국 제작사에서 그 드라마의 연출 계약을 해주지도 않아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고 한다.

K씨와 나는 ‘그럼 어떤 소재가 좋은가? 창작자도 만족하고 대중도 만족하고 그래서 흥행도 되고 예술성도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소재 말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입으로만 수십 편의 대본을 쓰고 있는 중이다. 연출자와 작가의 발상이 같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서로의 견해와 감성을 존중(?)하면서,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서로를 격려하면서, 토론을 개진한다. 언제 결과물이 나올지, 영영 안나올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 두 사람은 열심히 머리를 짜내고 상상력을 가동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OTT라는 형식에 맞춘 제작도 많고 국내 제작, 배급사도 늘어나고 외국 배급사도 있어서 이 시장의 콘텐츠는 인기 사업 종목이다. 한국 제작사의 영화나 TV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K씨와 내가 함께 열을 내면서 성토한 분야가 있는데 한국의 사극 드라마이다. 언제부터인가 주로 조선시대가 배경인 국내 TV드라마의 사극은 의상이나 소품만 사극이지 스토리나 극의 내용은 전혀 엉뚱하다. ‘엉뚱하면 어떤가. 창작물인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시대의 생활 방식, 사람들의 윤리의식, 그리고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이런 것들에 기인해서 사건도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왕자나 공주의 러브스토리. 신분의 벽을 뛰어 넘는 러브스토리도 흥미롭지만 군신간의 권력 다툼까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그래도 상관은 없다. 조선시대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상상력이 너무 지나치게 대중의 입맛을 맞추고 있다.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 않은 그리고 품위도 없는 행동과 언어로 사극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요즘 어린이들이 혹여 이런 드라마를 보고 ‘우리의 조선시대 사람들은 저렇게 살았나?’ 하고 믿어버리면 곤란할 듯싶다.

그리고 사람을 너무 쉽게 많이 죽인다. 그 시대이니 주로 칼을 쓰는데 칼로 사람 목숨 베는 것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준다. 그 시대의 사람 목숨 값과 지금 시대의 사람 목숨 값이 다른가? 다를까? 그럴 리가 없다.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굳이 외치지 않더라도 그 생명이 천하거나 귀하거나 죄를 지었거나 짓지 않았거나 간에 파리 목숨은 아닌 것이다.

물론 사업이니 잘 팔려야 한다. 그래서 젊은 톱스타를 캐스팅해야 하고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감각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본질을 해치지 않고 창작 능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때문에 사극을 너무 안일하게 제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왜곡한다느니 그런 고리타분한 얘기가 아닌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TV드라마나 영화의 대본을 써야 하는 걸까? K씨와 나는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누구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도 아니니 또 머리를 굴린다. ‘재미있고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창작자로서 예술가로서도 부끄럽지 않으려면?’

K씨와 나의 결론은 ‘인생사의 파란만장 가운데서 가슴과 영혼을 열어주는 그런 드라마라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지?’ 라는 것이었다. ‘모두의 가슴으로 전달되는, 따뜻하고 영혼이 담긴 내용이면 좋아’ 라고 하나마나한 얘기를 한다.

나는 꿈꾼다. 개성이 넘치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우며, 재미있는 인물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게 되는 날을. 수많은 인물과 수많은 사건과 그래서 전개되는 생생한 드라마가 끊임없이 나의 뇌리 속에서 가동 중이다.

[박영(朴怜)은 TV 및 라디오 드라마 작가다. 대표작으로 MBC TV 드라마 ‘사랑의 계절’, 시추에이션드라마 ‘알뜰가족’, KBS 라디오 ‘대공수사실록’ 등이 있다. 장편소설도 출간했다. ‘정오의 탈선’ ‘김마리라는 부인’(영화화 됨), ‘내일은 천국이고 싶다 ’ ‘러브어게인’ ‘동경에서 서울까지’ ‘해피 투게더’ 등이다. 그 외 신문, 잡지 등의 매체 기고가로 활동했다. 해외에서 이브 몽땅(배우, 가수). 도이 다카코(일본 사회당 당수). 루이제 린저(독일 작가). 등을 인터뷰했고, 국내에서는 정·재계 및 예술인들을 다수 인터뷰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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