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처럼 검으나 천사같이 순수하며, 지옥같이 뜨거우나 키스처럼 달콤하다.”

18-19세기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외교관으로, 나폴레옹(Napoleon)을 정계에 진출시킨 탈레랑(Talleyrand, 1754-1838)이 남긴 커피에 관한 명언이다. 사람들은 탈레랑의 이 말에 환호하며 커피를 즐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악마와 천사의 정의는 전혀 다르다. 악마(惡魔)의 사전적 의미는 ‘불의나 암흑, 또는 사람을 악으로 유혹하고 멸망하게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천사(天使)는 어떠한가. ‘신(神)과 인간의 중개자로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의 기원(祈願)을 신에게 전하는 영적인 존재’를 일컫는다.

필자는 한 커피숍에서 우연히 <천사와 악마>(양선아 옮김)라는 두툼한 책을 접했다. 저자는 <다빈치 코드>로 명성을 날렸던 댄 브라운(Dan Brown·58)이었다. <다빈치 코드>는 다양한 암호(알파벳 등)를 조합하면서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빠져들게 한 베스트셀러였다.

<천사와 악마>도 이에 못지않았다. 소설은 이집트의 기자(Giza)에 있는 피라미드에서 시작됐다. 필자가 2013년 기자(Giza)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집트 기자에 있는 세 개의 피라미드)

<이집트 기자의 대 피라미드를 오르는 계단 꼭대기에서 젊은 여자가 웃으며 이름을 불렀다.>

“로버트, 서둘러요! 좀 더 젊은 남자랑 결혼 할걸 그랬어.”

여자의 웃음은 마술 같았다. 로버트는 따라잡으려고 애썼지만 다리가 마치 돌처럼 느껴졌다. 그는 애원했다.

“기다려. 제발...”

타고난 이야기꾼 댄브라운은 첨단과학과 바티칸 교황청의 충돌, 비밀결사 조직 일루미나티의 부활 등 흥미로운 소재를 정교하게 엮었다.

숨을 몰아쉬게 하는 스토리 전개는 읽는 사람을 자극하는 지적 추리를 결합해 결말이 드러날 때까지 결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서사가 돋보이게 했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생생한 묘사와 웅장한 스케일은 이 책의 자랑거리였다.

(작가 댄 브라운/ 사진: 야후재팬)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해 본다.

하버드대 ‘로버트 랭던’ 교수는 어느 날 세른 소장 막시밀리언 콜러로부터 한 앰비그램 문장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그 문장은 이 연구소의 과학자 레오나르도 베트라가 괴한에 의해 살해되었을 때 그의 가슴에 소인으로 찍혀 있던 것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최근 핵에너지를 능가하는 반물질 생성에 성공했으며, 그 반물질도 범인에 의해 도난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랭던은 그 문장을 전설적인 비밀결사 일루미나티의 것으로 단정하지만 범인과 연결 짓는 데는 주저했다. 그는 단서를 찾아 살해된 레오나르도의 딸 비토리아 베트라와 함께 로마로 향한다.

한편, 로마에서는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한창이었다. 그런데도 새 교황의 유력 후보(프레펠리티) 4명이 모두 실종된 것에 콘클라베 진행자의 추기경인 몰타티는 불안과 초조함을 느낀다. 이어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바티칸의 경호를 맡은 스위스 위병대장 올리베티에게 감시카메라에서 기묘한 영상이 담겨 있었다. 그러던 중 전임 교황의 시종 카를로 벤트레스카 밑에서 일루미나티를 자처하는 자로부터 갑작스런 전화가 울린다. 과거 과학자를 탄압했던 기독교회에 복수하기 위해 1시간에 한 명씩 납치한 새 교황 유력 후보를 살해해 나간다.

살해가 이뤄지는 장소의 힌트를 알아차린 랭던은 살해를 막고 도난당한 반물질을 발견하기 위해 추리와 추적을 시작한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교황선거 30분 전 카를로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이 말한다.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실 것입니다. 이 순간 우리의 발탁된 후보자. 네 분은 이 자리에 안 계십니다. 하지만 서거하신 교황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의무를 이행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믿음과 목적을 가지고 여러분 눈앞에는 오직 신만이 계실 겁니다.”

한 추기경이 불쑥 물었다.

“그런데 그분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궁무처장이 대답한다.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괜찮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돌아오겠는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소설 속 ‘로버트 랭던’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