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반려 동물 1500만 시대에 돌입한지 오래됐다. 하지만, 부주의로 인해 개(犬)물림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동물학대로 지탄을 받기도 한다.

개 짖는 소리는 어떠한가. 이웃끼리 다툼이 일기도 한다. 이 모두는 ‘개’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다.

독일의 수의사 ‘셀리나 델 아모/Celina del Amo)’가 쓴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라는 책을 들여다본다.

<독일에서는 2011년부터 반려 견에 대한 새로운 법이 시행됐다. 이 법의 시행목적 및 범위는 반려 견에 대한 훈련을 통해 일반인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견주(犬主)나 반려 견 산업 종사자는 예외 없이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격증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에 대해 명시한 내용이다.

일상이 되어버린 개들과의 생활

(개들과 산책하는 어느 할머니)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개들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개를 아이처럼 안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유모차에 태워서 밀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들은 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개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 해 김승옥 문학상을 받은 진연주 작가의 단편 소설 9편이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이라는 타이틀로 서점 가(街)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는 200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서 <이 방에 어떤 생이 다녀갔다>, <코케인> 등 여러 작품을 썼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걷는 재능이 없다. 단지, 개들을 산책시키기 위해서 무작정 걷는다. 개들은 경쾌하고 활기차게 씽씽 걷는데, 개의 주인 나는 기진맥진 녹초가 된다.>

“이쁜이들! 오늘도 산책 나왔어?”

옷걸이 집게를 든 세탁소 주인이 개를 바라보면서 던진 말에 주인공 ‘나’는 감동한다.

필자의 경우도 소설과 비슷하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보면 사람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화들짝 놀라서 도망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와서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사람이 있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저! 쥐새끼들 좀 치워! 씻기든지.”

“쥐새끼 아니고, 개새끼거든?”

(유모차에 탄 개 두마리/ 사진: 야후재팬)

<엄마는 나의 개들을 쥐새끼라고 했고, 엄마의 쥐새끼들은 씻고 며칠만 지나도 개 비린내를 풍겼다. 그리고, 나의 개들은 나와 살기 위해 개(犬)처럼이 아니라, 쥐새끼처럼 살았다. 나의 개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납득하고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유인즉, 엄마가 개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들도 엄마를 싫어했다. 아니,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감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엄마가 죽음을 맞았다. 소설은 엄마와의 이별을 ‘상실’이라고 했다. 그런데, 슬픔을 넘어 화가 났다. 주인공 ‘나’는 죽은 엄마에게 마지막 말을 한다.

“잘 가요. 엄마! 가서 다시는 오지 말아요.”

엄마를 보낸 후...주인공 ‘나’의 넋두리

<착한 것들과 실없는 농담이나 해가며 하루하루 나이 먹는 일, 오래된 집을 손보는 것처럼 오래된 육신을 돌보는 일, 늙은 개, 더 늙은 개와 덜 늙은 개, 더 늙은 개는 더할 나위 없이 깡말라서 등뼈가 드러나 보인다. 공깃돌 같은 등뼈. 공깃돌보다 작은 등뼈...>

“늙은 개야! 밥을 먹어라!”

<더 늙은 개는 밥 먹는 걸 자주 잊는다. 듣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해서 밥 먹는 걸 또 잊는다. 듣지 못하면 입술이라도 읽으면 되는데, 더 늙은 개는 보는 것도 잊는다. 눈동자는 탁해졌고, 한 곳을 오래 응시하는 법도 없다.>

왜? 그럴까? 이미 삶을 포기했을 듯싶다. 주인공 ‘나’는 고민한다. 그러면서, 개에게 말한다.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는 여인/ 사진: 야후재팬)

“산책가자!”

<더 늙은 개는 강보로 싸안고 덜 늙은 개는 유모차에 태운다. 우리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우스꽝스럽다. 낯설고 우스꽝스러워서 곧잘 화가 난다. 화가 많이 난다. 엄마를 잃었을 때부터인 것 같다. ‘상실’이란 것이 너무 쉽고 어이없게 도착해서, 내내 화가 났다.>

개들은 어떤 상태일까?

<더 늙은 개는 강보에 싸인 채로 두리번거리고, 덜 늙은 개는 유모차에 탄 채로 두리번거린다. 내려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도 걸음을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주인공 ‘나’의 말이다.

“너희는 냄새로 시간의 변화를 알아채는 종족이니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들리지 않는 귀로도, 불편한 다리로도, 더 많이 보고,더 먼 곳까지 갈 수 있어.”

소설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갈 수 있다. 나는 웃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를 주시하면서, 기억하면서 길을 간다. 나는 길을 간다. 예정된 '상실'을 조금씩 미루면서. 나는 길을 간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과 함께.>

소설에서의 늙어가는 개 이야기는 우리들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의 모습일 듯싶다. '상실'을 향해서 길을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