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숲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저 숲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오래된 숲의 고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에 존재하는 미묘한 무엇인가가 사람들의 지친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ewis Balfour Stevenson, 1850-1894)’의 말이다. 우리가 숲길을 걸으면 도시의 탁한 공기와 달리 숲에서 품어 나오는 청량제 같은 맑은 공기에 의해 활기가 넘쳐난다. 소설가의 말처럼.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걷다

(오대산 입구의 전나무 숲길)

필자는 지난 11일 ‘마음의 달이 아름다운 절, 월정사(月精寺)’ 입구의 ‘전나무 숲’ 길을 걸었다.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넘쳐났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심호흡을 하다가 ‘와!’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월정사 전나무 숲은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 숲,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 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는 안내문을 읽으며 천년의 숲길을 걸었다.

“문수보살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불교의 대표적인 보살입니다. 이러한 문수의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분이 화엄경의 ‘선재(동자)’입니다. 또, 선재에는 ‘착한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재길을 걷는 것은 이 길을 통해서 세상사의 고뇌와 시름을 풀어버리고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가는 것과 더불어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전나무 숲길의 반대편에 있는 ‘선재길의 의미’의 안내문 일부다. 필자는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요즈음 우리의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방법’을 배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잠깐! 3분만이라도 지장보살 명상하시겠습니까! 명상이 깊어지면 지장암도 보이고 극락세계도 보입니다.”

비구니 절(寺)인 지장암으로 가는 숲길에 쓰인 위트 만점의 글도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기후변화에 직면한 나무와 숲의 위기

(신간, '나무의 긴 숨결'의 표지)

<숲의 운명과 인류의 운명은 서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연관되어 있다...나무는 효율적으로 사회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적어도 현재의 기후 변화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극복해 낼 수 있다.>

독일의 산림경영전문가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의 신간 <나무의 긴 숨결>(이미옥 譯)은 이렇게 전개된다. 오히려 인간들이 사회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많을 듯싶다.

‘나무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숲의 운명과 인류의 운명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무와 인류의 이러한 관계는 기후 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저자는 기후 위기 시대에 직면한 나무의 행동과 역할을 파헤쳤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나무와 숲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1부는 ‘나무의 지혜’, 2부는 ‘나무 경영의 무지’, 3부는 ‘미래의 숲’으로 구성 돼 있다. 저자가 말한 나무의 지혜에 대해서 알아본다.

“나무는 건조할 때 아주 작은 숨구멍을 닫아버린다. 여름에 이미 잎이 다 떨어지는 나무들도 많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참으로 슬기롭다.

미래의 숲은 어떻게 될까.

저자는 특히 기후 변화가 가져온 숲의 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모든 기준을 파괴한다는 사실이다. 즉, 과거에는 어떤 나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측정해 문서화한 것들을 기준으로 삼아 그 나무를 가꿔나가면 되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그러한 기준과 표준을 하루아침에 쓸모없이 만들어버렸다. 기후 위기는 식물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조건을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산림 경영에 대한 모든 계획을 좌절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인가? 미리 대비하는 길밖엔 다른 도리가 없다. 미래가 예상치 못한 위험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위험에 대비해 많은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우리는 숲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강력하게 조작하거나 이용하지도 말아야 하며, 숲이 저항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날씨가 극단적으로 덥고 건조해지면 언제 어떤 조건이 지배적이 될 수 있다거나, 150년 전에 비해 전 세계의 기온이 2도 혹은 3도 올라갈 것과 같은 지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숲이 스스로 시원하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오대산 숲속의 모습)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재 직면한 위험 가운데 가장 큰 위기가 기후 변화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런데 기후 위기는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우리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을 가져서도 안 되고, 자연의 지식을 가볍게 무시해서도 안 된다. 기술적 해결책이 우리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는 대신에 오래되었으나 훌륭한 원칙, 즉 주의를 기울이고 사전에 준비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가 잘 모른다는 사실, 다시 말해 무지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