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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 이야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연출로 눈길 끌어
2022년 05월 21일 (토) 16:56:04 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 renews@renews.co.kr

예술의 전당에 다가가자 외곽 벽면에 있는 <라 보엠, La Bohème>의 대형 안내판이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공연한다’고 예고돼 있었다.

<라 보엠>은 <토스카>·<나비 부인>과 함께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3대 걸작 오페라로 손꼽힌다. 필자는 20일 오후 공연장을 찾았다. <라 보엠>을 만나기 위해서다.

   
(오페라 ‘라 보엠’의 안내판)

<제1막>...파리 아파트의 다락방

예술을 사랑하고 이상을 동경하는 네 명의 친구들이 파리 뒷골목의 어느 아파트 다락방에서 기거한다. 가난한 젊은 예술인들의 크리스마스이브. 약간의 돈이 생겨 세 명은 시내로 나가고 시인 로돌포(Rodolfo)만 홀로 남는다.

그런데, 다락방의 다른 쪽에서 사는 미미(Mimi)가 촛불을 빌리러 온다. 미미가 자기 방의 열쇠를 떨어뜨린다. 어둠 속에서 열쇠를 찾다가 두 사람은 무심코 손을 잡는다.

<이 조그만 손이 왜 이다지도 차가운가/내가 따뜻하게 녹여 주리다.//가난한 생활을 하지만 시와 사랑의 노래라면 왕처럼 사치스럽습니다.>

‘그대의 찬손’은 미미를 동정하는 로돌프의 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아리아(Aria)다.

시인 로돌프는 어두운 방에서 수(繡)를 놓으며 외롭게 지내는 미미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제2막>...카페(Momus) 앞 광장

(화려한 크리스마스이브 / 사진=강희갑)

“길을 걷노라면 남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나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모두 쳐다봅니다.”

무제타는 ‘내가 혼자 길을 걸을 때’를 부른다.

마르첼로는 무제타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남는 것은 보헤미안들이 먹은 엄청난 저녁 값의 청구서뿐.

이 무대에서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과 ‘늘해랑(늘 해와 함께하는 아이들)리틀 어린이 합창단’과 ‘해맑은 어린이 합창단’의 출연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어린이들의 율동과 패션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제3막> 추운 겨울날 파리의 새벽

살을 에는 듯 한 추운 겨울. 파리에서 약간은 외진 어느 술집의 앞. 미미는 마르첼로에게 ‘로돌프와의 관계가 종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 몸은 예전보다 더 쇠약해졌다.

‘안녕, 마음에 부담을 갖지 말고서’라는 아리아가 두 사람의 작별을 암시한다. 마르첼로와 무제타도 서로에게 지쳤다. 네 사람의 사중창에서 서로의 감정이 표출된다.

<당신의 사랑의 외침을 따라 떠나왔다 행복한 마음으로/홀로 미미는 돌아갑니다/외로운 둥지로 다시 한 번 되돌아갑니다/ 다시 향기 없는 꽃을 수놓기 위해..>

<제4막>...다시 다락방

다락방으로 돌아온 로돌프와 마르첼로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미미와 무제타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 계단에 미미가 쓰러져 있어요!”

놀란 두 사람은 혼수상태인 미미를 업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힌다. 미미의 병세가 이미 몸속까지 파고든 것 같다. 친구 콜리네(Colline)는 자기 외투를 벗어 미미의 몸을 감싼다. 겨우 정신을 차린 미미는 로돌프와 함께 이 방에서 처음 만나 손을 잡고 사랑을 약속했던 그날을 회상한다. 잠시 후 미미가 눈을 감는다. 로돌프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미미를 소리 높여 부른다.

“미미!” “미미!”

막이 내리자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오페라 극장이 떠나갈 정도였다. ‘보헤미안’이라는 뜻의 <라 보엠>은 시인·화가·음악가 등 젊은 예술가 친구들의 삶과 고뇌와 우정을 보여주며 가슴 시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대부분의 <라 보엠>의 ‘제4막’은 “미미!” “미미!”로 끝이 난다. 그러나, 이 번의 공연은 세 사람이 ‘미미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서 끝까지 오열하는 연출의 디테일이 돋보였다. 관람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캐스팅으로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

다음은 강화자 베세토 오페라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싱그러운 봄과 찬란한 여름이 공존하는 5월 아닙니까? 5월이 아름다워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공연을 결정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대부분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에 맞지만 지구 반대편의 어떤 나라들은 여름철에 크리스마스를 맞습니다. 계절을 뛰어넘어 공연을 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과 같이 울고, 같이 웃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공연한 <라 보엠>의 특징을 든다면 무엇입니까?

“추운 다락방,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의 거리...오페라의 음악 속에 겨울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습니다. 저희의 이번 공연은 시대정신과 가치를 주제로 주인공들의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오페라 선율에 녹여낸 것입니다. 남녀 주인공들의 젊음과 열정, 그리고 가슴 아픈 사랑의 서사(敍事)이지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음악 이외의 것을 보시도록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패션입니다. 제2막에서 무제타가 노인하고 백화점 돌아다니면서 선물을 사오는 장면도 패션에 중점을 두고 연출을 한 것입니다. 9명의 모델들을 등장시킨 것도 그렇고 요. 사회자의 의상도 제법 신경을 썼습니다.”

▲ ‘한국 최초의 여성 연출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 단장님과 베세토오페라단이 걸어온 길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출은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흔히 큰 산만 보고 지나치고 말지만, 큰 산 속에 들어있는 세세한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악가와 연출가의 길을 걸으며 예술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고 요. 저희 베세토오페라단은 1997년 11월 예술의 전당에서 창단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오래로 창단 25주년이 되네요.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를 잇는 음악의 실크로드를 구축해서 아시아의 음악인들, 더 나아가 세계의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민간 예술외교의 교량 역할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나름 큰 성과가 있다고 자부하며, 저희 오페라단을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더 발전하는 무대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강화자 단장)

“3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3회 정도 연습을 했습니다. 6시간 연습을 한 날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그냥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테일을 강조했습니다. 푸치니의 음악은 아주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부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도 단원들이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요”

▲ 우크라이나 출신 세계적 지휘자 ‘스미르노프(Anatoly Smirnov)’ 씨의 합류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우쿠라이나 출신 지휘자)

“스미르노프 지휘자는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음악인입니다. 저희와는 지난 해 여름 계약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스미르노프의 발이 묶이게 된 것입니다. 비자 문제에 이어 블라디보스토크, 모스코바, 타쉬켄트, 인천 공항으로 이어지는 모든 비행 스케줄까지 실타래처럼 엉켰습니다. 하지만, 전쟁도 스미르노프의 출연 의지를 막지를 못했어요.”

▲ 어릴 적 자연 속에서 자라면서 꾸었던 꿈이 성악가까지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직도 꿈을 꾸시나요?

“저녁에 자면서 꾸는 꿈은요, 곧 사라지고 맙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생명이 됩니다. 어느 날, 저희 집 베란다에 있던 떡갈나무가 죽었습니다. 저는 죽은 나무에 이불과 타올 등으로 감쌌습니다. 그런데, 봄이 되자 죽었던 가지에서 이파리들이 뾰쪽 돋아나고, 어느 순간에 커다란 이파리들이 되었지 뭡니까. 신기하게도요. 그때부터 생명의 의지와 삶의 가치를 생각했습니다. 그 후 작은 꿈일지라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어요. 언젠가는 작은 꿈이 생명체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강화자 단장은 다음의 꿈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로 잡혀가서 성녀(聖女)가 된 실존인물 ‘오타 줄리아’의 오페라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그의 새로운 꿈에 기대를 걸어본다.

(*출처: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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