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뚝 떨어진 추운 겨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데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버렸다. 설상가상(雪上加霜). 하늘에서 눈(雪)이 펑펑 쏟아졌다. ‘눈은 평생 한 번 우리의 꿈속에서도 내린다’는 터키의 시(詩)를 연상하면서,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소설 <눈>(이난아 옮김)을 열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터키의 카르스(Kars) 지역/ 사진: EBS캡쳐)

<꿈속에서 내리듯 조용히 눈이 내리고 있을 때, 창가에 앉은 그 여행객은 오랜 세월 그가 열렬히 찾아 헤맨 순수함과 순진함의 기억 속에서 정화되었고, 이 세상이 집처럼 편하게 느껴지리라는 것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믿게 되었다.>

소설은 정치적인 이유로 독일로 망명했던 시인 ‘카’가 어머니의 부음(訃音) 소식을 받고 12년 만에 고향 터키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에게 겨울과 눈, 고향 마을의 어머니...모두가 애틋한 추억이었다. 작가는 ‘모든 인간의 삶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저마다의 눈송이가 있다’고 했다.

‘내 마음 속에는 어떠한 눈송이가 들어 있을까?’

내일은 국민가수

지난 23일. 필자는 저녁 약속을 일찍 마치고 집으로 달렸다. 춥기도 했지만 국민가수 최종 결승전이 있어서다.

‘미스트롯’·‘미스터 트롯’·‘국민 가수’까지...TV조선은 전 국민에게 눈물과 웃음, 감동과 공감을 안기며 코로나19를 잊게 했다.

Top7이 된 손진욱·고은성·박장현·이병찬·이솔로몬·김동현·박창근등 참가자들은 갖가지 삶의 ‘눈송이’를 노래로 표현했다. ‘경쟁을 하면서도 모두가 하나’라는 사실이 또 다른 감동이었다.

(자작곡 '엄마'를 들고 나온 박창근/ 사진: TV조선 캡쳐)

<찬바람이 무섭던 날/엄마 외투에 숨어/ 집으로 가던 그 밤/ 아직 생각이 나요/ 작은 창 하나/ 단칸방이었어도/ 엄마의 가슴속은/ 참 고요하고 따뜻했어요/.../ 보고 싶어요/ 미안하구요/ 사랑하구요/ 음>

마지막으로 박창근(50)이 기타를 메고 등장했다.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도 해맑은 미소가 돋보였다. 김성주MC가 박창근의 자작곡 ‘엄마’를 소개했다. 순간,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스터, 관객들, 경쟁자들까지도 눈물을 훔쳤다, 필자와 아내도 ‘#4560 박창근’에게 투표했다. 박창근은 모든 사람들의 ‘엄마’의 ‘보고픔’을 불러냈던 것이다.

결국 박창근이 제1대 국민가수가 됐다.

(Top6에 둘러싸여서 우승 소감을 말하는 박창근/ 사진: TV조선 캡쳐)

‘엄마를 팔아서 우승했다’는 수상 소감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끊이지 않는 여운(餘韻)

여운이 오래갔다. 필자는 25일 재방송을 또 봤다. 다 알고 있는 결과였으나 긴장도는 같았다. 그만큼 감동의 깊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TV조선의 국민가수 선발은 공정했다. 공정을 기하다보니 집계의 잘못도 있었다. 그것을 ‘방송사고’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했던 Y대 S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 영웅(英雄)이 탄생하기 어려운 풍토를 지적한 것이다.

언론들은 ‘최연소 참가자인 7살 김유하부터 23년 간 무명가수로 음지에서 활동한 최연장자 50세 박창근까지, 참가자들의 다양한 나잇대 만큼이나 국민가수를 즐기는 팬 층도 매우 두터웠다.’고 썼다.

(참가자들에게 충언, 칭찬, 때로는 환호하는 마스터들/사진: TV조선 캡쳐)

한 언론은 ‘국민가수 5대장 백지영·김범수·이석훈·케이윌·김준수는 앞서간 선배의 입장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하고, 때로는 참가자의 상황과 심정에 공감해 함께 눈물을 흘리는 진정성 가득한 심사평으로 감동을 전했다.’고 소개했다.

‘박선주와 윤명선 등 전문가들은 참가자들의 현 주소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촌철살인으로 이들의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 붐·장영란·신지·신봉선 등은 유머와 센스가 빛나는 심사평으로 긴장된 경연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라고 쓴 얼론도 있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다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사람들과 연주자들에게도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음악에 이념이 어디있나...나는 누구의 편도 아닌 노래 편’이라는 박창근의 인터뷰(조선일보, 2021. 12. 25)에 공감이 갔다.

‘대통령을 국민가수처럼 오디션을 통해서 뽑으면 좋을 듯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밝고 활기찬 미래를 위해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