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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犬)들의 대화(對話)’
2021년 04월 24일 (토) 22:28:15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세르반테스(Cervantes, 1547-1616)는 서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중의 한 명이다. 대표작 ‘돈키호테(Don Quixote)’를 통해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그의 영향력은 언어에도 미쳤다. 근대 이후의 스페인어 자체를 ‘세르반테스의 언어(La lengua de Cervantes)’라고 불릴 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건국의 아버지입니다.”

멕시코의 대표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의 찬사다.

‘그는 누구일까?’

세르반테스는 마드리드 북쪽 지방의 작은 도시인 ‘알칼라 드 에나레스(Alcalá de Henares)’에서 이발사 겸 외과의사인 ‘로드리고 세르반테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당시의 의사는 피를 뽑거나 땀을 흘리게 해서 환자를 고치는 수준이었다. 그런 일은 이발사도 자연스럽게 했다.

세르반테스는 이국땅의 전쟁터에서 군(軍) 생활을 마치고 조국 스페인으로 돌아오던 길에 형 ‘로드리고’와 함께 해적들에게 포로로 잡히고 말았다. 이를 불쌍하게 본 동포들이 해적들에게 몸값을 지불해줬다.

후일 천신만고 끝에 말단 관리가 된 세르반테스는 군사식량을 납입하는 식량 조달원으로  ‘안달루시아 지방을 떠돌아다니는 일을했다. 그런가운데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교회 소유의 밀을 징발했다’고 파문당하고, ‘당국 허락 없이 밀을 팔았다’는 죄목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감옥에서 소설 ‘돈키호테’를 구상했다. 1597년의 일이다. 최초의 근대 소설 ‘돈키호테’는 이렇게 슬픔과 어려움 속에서 탄생했던 것이다(지식백과).

<모범 소설집>에서의 ‘개들의 대화’...소설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사진: 개들의 대화)

1613년 출간된 세르반테스의 단편소설 <모범소설집>(민용태 옮김)은 당시 새로운 장르의 제시라는 점에서 ‘모범’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소설은 ‘집시 소녀’ ‘유리 석사’ ‘사기 결혼’ ‘핏줄의 힘’ 등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다뤘다. 특히, 인간들의 그릇된 삶을 질타(叱咤)하는 <개들의 대화>가 압권이다.

소설은 ‘뿌에르따 델 깜뽀’ 외곽에 있는 바야돌리드 시내 부활병원의 개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마우데스 개’들이라고 부르는 ‘시삐온’과 ‘베르간사.’ 개들이 나눈 대화를 간추려본다.

►베르간사: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타고난 재능이 많은 일에 몹시도 예리하고, 활기차서 담론을 펼칠 지혜를 드러내기에 모자람 없는 증거나 징후를 보인다고 하지.

►시삐온: 내가 우리에 대한 칭찬이나 감탄을 들은 바로는 기억력이 무척 좋다는 것과, 몹시 충직하다는 것, 은혜에 감사할 줄 안다는 점이었지.

►베르간사: 나는 경이로운 기적을 본 일이 있네. 아주 대단한 거였네. 대학생의 말이야.

►시삐온: 무슨 말이었는데?

►베르간사: 그해 5천명이 대학에서 공부하는데, 그중 2천명이 의학 수업을 듣는다는 거야.

►시삐온: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야?

►베르간사: 그러니까 그 의미는(무슨 지겨운 역병이나 재수 없는 일이 생겨서), 그 2천명의 의사들이 치료할 환자가 생겨야 하거나, 아니면 의사들이 굶어 죽을 일이 생긴다는 거지.

(...)

인간으로 탄생하려는 개들의 소망

►시삐온: 내가 노래 한 곡할까?

►베르간사: 맘 대로해!

시삐온이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진짜 형태로 돌아오리라.

그들이 부지런히 노력하여

우뚝 선 오만한 자들을 넘어뜨리고,

힘을 얻은 그 강력한 손으로

시달리는 미천한 자들을 끌어올릴 때,

그 개들은 진짜 사람으로 돌아오리라.>

(...)

   
(사진: 일본의 개와 미국의 개는 회화가 가능할까?/ 야후재팬)

►시삐온: 내가 짧게 말해줄게. 이 명사는 두 가지의 그리스어로 이루어져 있어. ‘사랑’이라는 말과 ‘앎’이라는 말이지. ‘Philo’는 ‘사랑’이라는 말이고, ‘Sophia’는 ‘앎’이야. 그러니까, ‘Philosophia(철학)’는 ‘앎에 대한 사랑’ ‘알기를 좋아하는 것,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뜻이지.

►베르간사: 참으로 아는 것도 많네. 시삐온!

(...)

   
(최해덕 화가의 '사랑의 대화'/87cmx65cm)

►베르간사: 나는 예수님 그분께 항상 모든 일에서 가호를 빌지...늘 맹세하기를 좋아하는 양반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나쁜 버릇을 참회한 뒤에 맹세할 때마다 자기의 죄를 벌하는 방법으로 자기 팔을 꼬집고, 땅에 키스를 했다는 군. 그리고, 또 있어. 내가 어느 날 밤 어느 귀족부인 집에 심부름 갔어. 그 부인은 아주 작은 애완용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어. 그 강아지는 나를 보자 부인의 품에서 뛰어내려 짖으면서 달려들었어...누군가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용감하고 오만해져서 자기보다 센 상대에게도 덤비고 욕보인다는 거야.

►시삐온: 잘난 주인들 그늘에서 함부로 거만하게 구는 것이지. 하지만, 어쩌다 재수 없어 사고가 나거나 죽어서, 기대고 있는 나무(주인)가 쓰러지면 금방 그 비겁함과, 하찮음이 드러나지.

‘주인의 그늘에서 함부로 거만하게 구는 자(者)들이 강아지뿐이런가. 소설이 개를 의인화했으나, 시삐온이 ‘나’이고 베르간사가 ‘너’이자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일지도 모른다.

‘린꼬네떼와 꼬르따니요’에 관한 소설

세르반테스의 <모범 소설집>에 있는 ‘린꼬네떼와 꼬르따니요’에 관한 소설도 의미심장하다. 소설의 내용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교훈적이기 때문이다.

<‘몰리니요’ 객줏집에서의 일이다. 객줏집은 ‘가스띠야’에서 ‘안달루시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유명한 ‘알꾸디아’ 들판의 끝에 있었다...주인공 ‘린꼰’이 길잡이 소년에게 물었다.>

“당신도 혹시 도둑이신가요?”

“그럼요. 나는 하느님을 섬기고 좋은 사람들을 모시기 위해서 도둑질을 하지요.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요. 나는 견습 과정에 있습니다.”

“세상에! ‘하느님 섬기고 좋은 사람 모시는 도둑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 데요?”

“우리가 훔친 것들 중에서 얼마 정도의 헌물로, 우리 도시에 있는 가장 성(聖)스러운 성상의 등잔 기름 비용에 보태는 거예요. 우리는 이런 선행으로 많은 효험을 봤지요.”

<그 불량한 학교의 학생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 깊이 생각해야 할 일들이고, 앞으로 그런 인생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에게 경고와 모법의 교훈으로 삼을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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