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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Care):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눈물의 10년
-하버드 의대 교수가 우리에게 전하는 ‘돌봄’의 의미
2020년 06월 08일 (월) 13:51:29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돌봄’의 핵심은 옆에 있음, 현존(Presence)이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 생생하고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서로의 곁에 존재하는 일이다. ‘돌봄’은 죽음과 함께 끝나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억을 살피는 일로 이어진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를 졸업하고 40여 년 동안 하버드 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아서 클라인먼(Arthur Kleinman)’ 교수가 저서 <케어/care>(노지양 譯)에서 정의한 ‘돌봄’의 의미다.

   
              (사진: 케어의 표지)

신간 <케어>는 ‘아서 클라인먼’ 교수가 치매 환자가 된 자신의 아내를 10년 동안 간병(看病)한 기록이다. 그래서 일까? ‘돌봄’에 대한 해석이 눈물겹다. 저자는 ‘돌봄은 우리 안에 내재한 인간애를 구현하는 것’이란다.

<‘돌봄’은 우리 안의 인간애를 온전하게 깨닫게 하는 실존적 행위이기도 하다. ‘돌봄’의 미천한 순간들-즉,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더러워진 시트를 갈고 짜증을 달래고,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의 볼에 키스할 때 내 안의 가장 훌륭한 나의 모습이 구현된다.>

‘아서 클라인먼’ 교수는 ‘돌봄을 지속하면서 만나는 도전과 시행착오를 견디는 힘을 얻고, 인생의 다른 시험에 대처할 수 있는 강인한 인간으로 단련된다’고도 한다. 책속으로 들어가 본다.

50대 후반에 나타난 아내의 알츠하이머(Alzheimer)

‘아서 클라인먼’ 교수의 아내 ‘조앤’은 50대 후반부터 컴퓨터 화면이나 책, 연구 자료가 보이지 않고 안경을 아무리 바꾸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와인 잔을 떨어뜨리고 접시도 떨어뜨렸다. 도로를 건너다가 오른 쪽에서 오는 픽업트럭을 보지 못해서 차가 아내의 발을 밟고 지나가 조각난 발목뼈에 두 개의 티타늄 나사를 박아야 했다. 마침내 하버드 의대 동료 의사에게서 진단을 받았다.

“조앤의 증상으로 보건대 조발성 알츠하이머가 거의 확실하네. 알츠하이머의 단 5%만이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인 두뇌의 후두엽에서 시작돼. 조앤이 그 5%에 속하네.”

진단을 받고 온 날 밤, ‘아서 클라인먼’은 아내 ‘조앤’을 꼭 껴안고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건 무었이든지 하겠으니 함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몰라 두려울 뿐이다”고 했다. 클라인먼 교수의 독백이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얼마 안 되는 황금 시절, 그토록 오래 열심히 준비해온 우리 부부의 평화로운 노년이 우리 기대와는 완전히, 표현할 말없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 야속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당신을 돌볼 것이며, 집에서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아내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아내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가슴이 찢어지는 말을 했다.>

“나는 오래 살지 않아도 돼요. 위엄 있게 죽을 수 있게 해줘요. 당신과 찰리(주치의)는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알잖아. 약속해 줘요. 당신의 약속이 필요해요.”

울었다. 아내를 위해 울었고, 부부를 위해 울었다. 그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내가 얼마나 강하게 요구하건 아내의 생명을 절대 끝낼 수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알았다. 그러나, 아내는 점점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돌입했다.

‘조앤’은 계속되는 상실 앞에서 자신의 독립성이 떨어져 나가는 현실 또한 대면해야 했다. 시력 때문에 혼자 길을 건널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집에서도 홀로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게 되었다. ‘조앤’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조앤’은 절대적으로 집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그리고, ‘조앤’의 하던 일을 자신이 해야 했다.

<발병 초기에는 ‘조앤’을 돌보면서 내가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드디어 조앤이 내게 항상 해주었던 그 모든 것들을 그녀에게 돌려주게 된 것이다.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느꼈던 행복감을 기억한다. ‘조앤’ 또한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므로 그녀를 돌보는 게 수월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아닌 척하기였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해서 평화의 세계로

   
      (사진: 아서 클라인먼 교수)

<우리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무렵 ‘조앤’의 성격과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갑자기 분노를 폭발시켰다. 신체적·인지적 한계를 신경질과 짜증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가끔씩 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증세도 찾아왔다.>

“나가! 나가라고!”

‘조앤’은 소리를 지르면서 침대에 들어와 있는 낯선(?) 남자를 힘껏 때린다. 노여움과 분노를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다.

“안 나가? 당장 나가!”

‘조앤’이 낯선 남자라고 생각한 사람은 40년 넘게 함께한 남편이다. ‘조앤’은 낮잠에서 깨자마자 남편에 대해 이렇게 반응한다.

<떠오르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내가 남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해보지만 아내는 고개를 격하게 젓고 완강하게 버티며 점점 더 심하게 화를 낸다. 나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조앤’은 자신의 존재를 흔드는 망상의 손아귀에 갇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얼굴은 황달로 인해 노란 색을 띠었고, 바싹 말라 갈라져 있었다. 분노와 고통의 순간들이 끝이 났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조앤’은 2011년 3월 6일 어둡고 촉촉한 새벽에 숨을 거뒀다. 겨울이 초봄에 얼른 자리르 내어주고 싶다는 듯 거리의 눈이 빠르게 녹아 흘러 내렸다. 유골이 묻힐 곳은 우리가 1982년에 살던 집에서 두 블록 떨어진 마운트 오번 묘지였다. 비석에는 이렇게 적었다>

아름다움, 지혜로움, 자애로움

무엇보다 사랑

‘돌봄’은 사회를 하나로 잇는 접착제

   
       (사진: 일본 요양원의 환자들과 간병인들)

<‘돌봄’-앞에서 존재함, 마음 열기, 경청, 실천, 인내, 사람과 추억을 소중히 하기-은 가족과 친구, 동료와 지역사회에 잔물결처럼 퍼진다...‘돌봄’은 사회를 하나로 잇는 보이지 않는 접착제다. 인생은 위험하고 불확실하여 아무리 중심이 잡혀 있는 사람도 세차게 흔들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돌봄’이 필요한 이유다. 다른 사람에게서 ‘돌봄’을 받아야 하고 우리 스스로도 돌봐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겨우겨우 헤쳐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아내를 가정 간병에서부터 요양원에서의 마지막까지 돌본 저자 ‘아서 클라인먼’의 생각은 평범하면서도 큰 울림이 있다.

“내가 할 일이었기 때문에 했다.”

<조앤을 어떻게 돌볼 수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답하고 있는 나를 본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가족 보호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에서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 지금 도움을 청하면 나는 그 자리에서 도움을 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 사람이 돌봄을 필요로 하는 한,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할 것이라고 결심한다.>

치매환자 ‘돌봄’의 핵심은  ‘가족 사랑’이라는 말이 있다. 신간 <케어>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가족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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