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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속에서 펼쳐진 봄의 향연(饗宴)
2020년 04월 19일 (일) 15:31:05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이해인 수녀는 ‘사월의 시’에서 봄날을 이렇게 읊었다. 시(詩)의 키워드(keyword)는 ‘감사’ ‘감격’ ‘감동’이다. 필자 역시 공유하고 싶은 단어들이다. ‘아름다운 봄날을 즐길 수 있고,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다’는 것이 바로 ‘감사’ ‘감격’ ‘감동’이기 때문이다.

주말을 맞아 집안에 갇혀 있기에는 시간의 흐름이 아까웠다.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집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나갔다. 꽃들이 만발했고, 나뭇가지마다 연두색 이파리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었다. 참새들은 나뭇가지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고, 비둘기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유자적 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봄의 향연(饗宴)이었다.

   
               (사진: 공원의 싱그로운 봄의 모습)

미국·이탈리아·영국 등 선진국들이 코로나19로 울부짖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일 확진자가 10명대로 떨어졌다. 이 또한 ‘감사’ ‘감격’ ‘감동’이 아닌가.

그래서 일까.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봄을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 가족 단위였지만 그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날려버린 듯 했다. 굳은 의지로 코로나19를 잘 대응하고 있는 것은 좋으나 방심하다가 일이 더 커질 수 있어서 걱정이 됐다.

   
           (사진: 공원에서 봄을 만끽하는 사람들)

19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국가 재난 상황’ 인식 조사에서 “68.8%가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 사회시스템이 다른 나라 못지않게 안정화됐다”고 응답했다.

정부 지침을 준수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의 국민 의식도 높게 평가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의 국민성을 긍정적으로 돌아보게 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생활패턴이나, 음식문화 등도 바꿔야 할 듯싶다.

공원을 돌아보던 동안 압권은 ‘박태기나무’가 피운 꽃이었다. 꽃의 모양이 밥알을 닮았기 때문에 박태기나무라고 명명된 나무다. 일부 지방에서는 발음대로 ‘밥티나무’라고도 한다. 그리스말로는 ‘칼처럼 생긴 꼬투리가 달린다’ 해서 칼집나무(Cercis)라고 부른다.

이 나무의 특징은 가지마다 진홍빛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색깔이 화려하다. 그런 까닭에 눈에 확 들어온다. 꽃이 핀 다음에 돋아나는 이파리들의 모양도 둥글고 윤기 만점이어서 보기가 좋다.

   
         (사진: 진홍색 꽃을 화려하게 피운 박태기나무)

일본에서는 ‘온화한 봄의 기쁨’이라고 하며, 이른 봄 매화에 시작해서 복숭아, 벚꽃, 겹벚꽃 등에 이어 박태기나무가 마지막에 꽃을 피운다.

‘기쁨’ ‘각성’ ‘풍부한 생애’라는 꽃말도 재미있다. 완전히 깨어나는 자연의 밝고 건강한 기쁨을 상징하고 있어서다. 이파리가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삶’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여서 ‘생애’라는 말이 됐단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다르게 표현한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의 제자인 가리옷 유다( Iscariot Judas)가 돈에 눈이 멀어 예수를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e)’에 고발한다. 후일 예수가 처형되는 것을 알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서 박태기나무아래에서 자살한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Judas)가 이 나무 아래서 자살했다고 해서 ‘유다나무’라고 부른 것이다.

박태기나무의 꽃이 본디 하얀 색이었으나 ‘배신자가 죽은 곳이 된 것을 부끄러워 진홍색으로 변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래서, 이 나무의 꽃말이 ‘배신’ ‘의혹’ ‘배신이 가져다 준 죽음’ ‘이기주의’ 등으로 일컬어졌다. 이 또한 ‘죄를 짓지 말라’는 선인들의 교훈일 것이다.

필자는 집으로 가는 길에 일본의 유명 작가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56)의 소설 <장미·비파·레몬>(김난주 譯)의 한 대목을 떠올리면서 꽃집에서 장미 몇 송이를 샀다.

<꽃을 좋아하는 ‘도우코’는 한 달에 두세 번 ‘에미코’의 가게에서 꽃을 산다...계절에 따라 들어오는 꽃을 바라보며 식물이 품어내는 짙고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다보면 ‘도우코’는 신기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도우코’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꽃을 산 날은 자신이 착실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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