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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사람’...소설이 아닌 현실 이야기
2019년 09월 27일 (금) 14:56:37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화려함을 과시하던 벚나무에 노란 이파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의 백발처럼. 계절은 이렇게 섭리(攝理)대로 또 다른 계절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가을이 가고 추운 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더욱 움츠려들 듯싶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혹독한 한기(寒氣) 속으로 내몰릴 것이다.

   
단풍이 물들어가는 여의도의 벚나무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70)’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통해서 노동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노동은 축복이라네. 그것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야. 그러나, 일에만 매달려 삶의 의미를 도외시한다면 그것은 저주야.”

그렇다. ‘사람이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축복을 지나치게 좆다보면 삶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가 있다. 소설 속의 이야기다.

“자넨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주히 사는가?”

“책임감 때문이지요.”

소설 속 주인공이 꿈속에서 천사와 나눈 대화다. 마음에 와 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임감이라는 멍에(?)을 지고 살아가고 있어서다.

또 하나의 소설 일본의 우치다테 마키코(內館牧子, 71)가 쓴 <끝난 사람>을 열어봤다. 소설에는 샐러리맨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나(我)라는 인간, 무엇하나 특별히 사회에 영향을 끼칠만한 일도 없이 그저 가족이나 부양하다가 끝나버린 하찮은 인생인가? 설사 본부 임원이 되었던들, 은행장이 되었던들, ‘떨어진 벚꽃’ 신세였을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명문 도쿄대(東京大)를 졸업한 후 일본 굴지의 은행에 취직했다. 오로지 일에 매달리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나, 임원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자회사로 밀려나서 30여명의 자회사에서 정년을 맞았던 것이다.

“정년퇴직이라...이건 뭐 생전 장례식이다.”

주인공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실컷 할 수 있다’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은 왠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아! 나는 ‘끝난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는 대목에서 그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년퇴직 날의 소설 속의 묘사는 압권이다.

“펑펑 폭죽이 터지고, 남녀 직원 둘이 앞으로 나와 꽃다발과 기념품 같이 생긴 것을 내밀었다. 전 직원이 승용차에 둘러서서 큰 소리로 인사하고 손을 흔들고 난리다. 차가 움직이고 나서 조금 있다 돌아보니 개미 새끼 한 마리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들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가 자기 업무를 시작했겠지. 내가 없어졌는데도 말이다. 누구 한 사람, 아무것도 곤란할 일이 없이...’

이것은 소설을 넘어 현실적 상황이기도 하다. 인사철을 맞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년이라는 ‘시계의 축’이 과거와 달리 더욱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니...

<정년퇴직이라는 것은 남편도 아내도 불행하게 만든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기만 하면 따끈따끈 해지는 흰 쌀밥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된장국을 먹으며 ‘마누라 없이도 얼마든지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남편의 귀가(歸家)가 반갑지 않은 마누라들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모두가 각기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주인공들에게 ‘일자리 창출’이라는 재기의 기회가 올 수 있을까? 그러한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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