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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수한 상상력이다
2019년 03월 27일 (수) 13:36:53 장상인 renews@renews.co.kr

 

여의도의 점심시간 커피숍은 북새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리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고 테이크아웃의 줄도 길에 이어진다. 대형빌딩의 경우 6-8개의 커피숍들이 지하 일층에서 지상 2층까지 점거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커피숍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에 열광하는 이유도 있지만 경영주들의 공격적인 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 고베(神戶)의 한 커피숍은 점포를 늘이는 일에 신중을 기한다. 도모야마(伴山) 점장의 말이다.

“저희 커피숍에서는 커피에 가장 알맞은 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물의 공급 때문에 점포를 더 이상 확대할 수 없습니다.”

‘커피콩이 아니라 물 때문이다?’

필자는 의문점을 가지고 물에 대해서 조사해 봤다. 조사결과 물이 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였다. 커피의 원두도 중요하지만, 물 역시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물은 미네랄의 함유량에 의해 연수(軟水), 중경수(中硬水), 경수(硬水)로 분류된다. 한정된 물 때문에 점포 확장이 어렵다'고 한 말에 이해가 갔다.

   

고베의 니시무라 커피숍의 안내 간판

이 커피숍은 예로부터 일본의 명수(名水)인 '미야미즈(宮水)'를 사용하고 있다. 미야미즈(宮水)는 지나치게 강하지 않는 적당한 경도(硬度)의 물이 커피 맛을 한층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 커피를 만드는 사람의 기본 정신이자 자세다.

이 커피숍은 그 명성에 비해 점포가 14개에 불과했다. 고베시(神戶市)에 10개, 오사카(大阪)에 1개, 그리고 인접 도시에 3개뿐이다. 앞으로도 ‘더 이상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앞에서 밝힌바와 같이 물(水) 때문이란다.

이 커피숍은 1948년 테이블 3개의 작은 커피 가게로부터 시작됐다.1948년은 전쟁이 끝난 3년 후라서 일본 전체가 대단히 궁핍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 시절 일본에서는 커피 콩 대신 대두(大豆)로 만든 대용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한 시대에 이 커피숍은 ‘자긍심을 높여주는 한 잔의 커피를 제공했던 곳’으로 이름을 떨쳤다.

고베의 외국인 마을에 있는 이 커피숍은 1974년 회원제를 도입하기도 하다.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사교와 휴식의 장(場)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95년 한신 대지진을 계기로 다시 태어났다’고 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축물은 상하이(上海)의 영국 풍 양옥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서양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건물이었다. 입구에는 ‘창립 1948년’이라는 간판이 역사의 흐름을 증명했고, 무질서한 담쟁이넝쿨의 얽힘이 세월을 휘감고 있었다. 커피 숍 내부의 앤티크 가구들도 고풍스러운 자태를 과시했고, 조각품 하나하나가 일본이 아닌 유럽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커피 값이 꽤나 비싼 편이었다. 일반 커피가 800엔-900엔(8,000원-9,000원) 이었고, 세계 2위라는 하와이 코나 커피는 한 잔에 1,000엔(10,000원), 세계1위의 권좌를 지키고 있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한 잔에 1,200엔(12,000원)이었다.

“이 한 잔의 커피에 담겨 있는 것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수한 상상력입니다. 블루마운틴, 킬리만자로, 모카.....등을 블렌딩하는 것은 각각의 특성을 지닌 일등급 커피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저희 니시무라(西村)는 일본 커피 업계에서 최초로 산지별 원두커피를 메뉴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카푸치노, 비엔나커피, 커피 제리 등도 저희 니시무라(西村)가 파이어니어의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통해서 ‘고객 만족과 고객감동’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이지요.”

필자는 도모야마(伴山) 점장의 말을 듣고 커피 값이 비싸다는 생각을 접었다.

그렇다. 단순하게 매출을 높이고 점포수를 무분별하게 늘려가는 것보다는 ‘커피의 맛과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장인정신’이 필수적이다. 프랜차이즈를 무분별하게 늘려나가면서 세(勢)를 과시하는 커피숍들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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