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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마디’
2018년 12월 06일 (목) 21:55:10 장상인 renews@renews.co.kr



대나무나 갈대 등의 줄기에서 가지나 잎이 나는 각각의 부분이 ‘마디’이다.

인간의 경우는 식물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인간은 뼈와 뼈가 맞닿는 각 부분, 또는 낱낱의 모든 부분이 '마디'다.

‘마디마디’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 날, 필자의 오랜 친구 H와 여의도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인생에 대해서 논했던 적이 있었다. 기골이 장대하고 자존심이 강한 H였다.

그런데, 그가 ‘한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는 슬프기 그지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잠을 설쳤다.

또 다른 친구의 장례식에서 H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가 일기처럼 써놓은 가제본(假製本)이 있다는 것이었다. H의 친구가 필자에게 가제본을 보내왔다. 제목은 ‘마디마디’였다. 그의 가제본으로 들어가 봤다.

<내 나이 69세. 적당한 세월을 살았다. 70년대 중반부터 20년을 외국에서 보냈으니 행인지, 불행인지...국민 총화가 필요하던 시대에는 특수 공무원으로 살았다.>

<오늘 나의 불행은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서 회한(悔恨)에 젖을 필요는 없다. 인생은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다. 좋았던 부분들마저 슬픈 색깔로 채색할 필요는 없다.>

<하루를 더 살아도 아쉽고, 덜 살아도 그만이다. 그 어떤 사람도 결국은 죽어야 한다. 드디어 평등해지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가 이토록 절절했을까.

아무리 회환에 젖지 않으려고 발버둥쳐도 스스로 인정한 잘못보낸 시간의 보복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일기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 이종찬의 헛발질, 주영순 의원, 성곡 스님, 비열한 사회, 북한에 제언한다.’ 등 인생의 과정이 담겨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했다.

H가 한강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던 날, 그에 대한 꿈을 꿨다. 검은 구름사이로 떠도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봤다. 이렇게 H는 구름과 함께 저 멀리 은하(銀河)의 세계로 떠났던 것이다.

필자는 그를 떠올리며 시(詩)를 썼다.

흐르는 강물에 눈을 맞추며,

휘파람을 불어본다.

입술이 말라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강바람에 몸을 실어서

하늘을 난다.

고독이라는 새가 되어...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 좋다.

세상이 보이지 않아서 더욱 좋다.

구름들과 친구가 되어 춤을 춘다.

 

H가 시(詩)를 읽을 수 없겠지만, 마음은 통할 듯싶었다.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 ‘마디마디’, ‘조각조각’을 잇고 있는 것이다. 운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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