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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신고 납품하던 김과장이 17개명함의 CEO된 까닭은?
2018년 09월 12일 (수) 11:24:41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요즈음 계절의 변화는 예측 불가할 만큼 파격적(破格的)이다. 아니,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다. 아무튼, 그토록 기승을 부리던 가마솥더위가 급격하게 서늘한 가을 모드로 달라졌다. 면역력이 떨어진 것일까. 성급한 것일까. 노란 이파리들이 길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다. 분명 가을이 다가왔음이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노란 표지의 신간 서적과 만났다. 책의 제목이 미국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I Don't Know How She Does It>보다 훨씬 길었다.

<하이힐 신고 납품하던 김 과장은 어떻게 17개명함 가진 CEO가 됐을까?> (티핑포인트).

저자는 EMC 글로벌 대표, 한국기술벤처재단 글로벌 기술마케팅 전문위원, 경기도 기업SOS 지원센터 수출자문위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무역실무강사...등 17개의 명함을 가진 김은주 대표였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오늘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영어 학원으로 향한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벌써 1년째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새벽에 투자하는 그들의 꿈은, 대부분 항공사 승무원이다. 그때 우리가 아는 한 외모가 뛰어나고 영어가 되면 가장 멋진 직업으로 항공사 승무원만한 직업이 없었다.>

하지만, 김은주 씨는 달랐다. 일반적인 생각을 뛰어 넘는 파격(破格)이었다.

일반인의 생각을 뛰어넘는 파격(破格)?

“세상을 향해 뛰어라.”

그녀는 대학 도서관에서 여덟 글자의 포스터를 보고서 심장이 박동했다. 그자리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풋내기 대학생인 스무 살의 나이였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세일즈맨이 되겠다.’

하지만, 거기에는 세 가지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성과를 증명하라!’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인가?’

‘스스로 증명하리라.’

김은주 씨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길은 '성과' 밖에 없었다. 3년의 방황 끝에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그녀는 삼성전자를 담당하는 영업직원으로 일하며, 첫 해 연매출 6천만 원을 7년 후 60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회사 대표로부터 ‘당신은 어느 회사 사람이냐?’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고객사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끝에 이룩한 성과였다. 이러한 성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삼성전자의 영업담당자로 국내영업을 다시 시작한 저는 영업사원과 납품사원이 따로 없어 영업을 하면서 동시에 납품도 해야 했습니다. 규모가 큰 회사는 영업사원은 영업만 하고 납품사원이 납품스케줄대로 납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스템이었으나, 규모가 작은 회사는 사원이 영업을 하러가면서 납품도 해야 했습니다...저는 하이힐을 신고 작은 경차에 납품할 박스를 가득 실어서 삼성전자의 납품창고에 가장 가까운 게이트 앞에서 박스를 내려, 저의 키보다 높이 카트에 박스를 싣고 납품을 하기도 했습니다...하이힐을 신고 헉헉 거리며, 납품을 마치고는 미팅시간에 맞춰 삼성전자의 담당자를 만나러 뛰어가곤 했죠.”

만약, 그때 '여자라서 못하겠다'고 '왜 이런 일을 내가 해야 하느냐?'고 하며 그만두었다면, 그녀가 바라던 대로 세계를 뛰며 해외영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어·일어·중국어가 유창한 글로벌 우먼

   
 

기술적 격차 때문에 국내 경쟁사들이 포기했던 일본 시장을 개척한 것도, 그녀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일본의 유명한 카오디오 전문기업인 알파인과의 첫 수출 계약을 필두로, 카오디오 전문기업인 켄우드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 성공, 총 3년간 1,500만 불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EMC 대표이자 수출컨설턴트가 된 후로는 고객사의 해외진출을 도왔다. 수출성과가 지지부진했던 모 생활소비재 국내기업을 중국·베트남과 첫 거래를 맺도록 주도했으며, 금형가공 국내기업을 도와 도요타와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와 연간 100만 불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3개 중소기업 컨설팅 담당자로 지방정부 일에 참여해서,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중국·베트남·러시아·일본·사우디·말레이시아 등 6개 국가 총 7개 해외기업과 업무협약 MOU 체결을 이끌었다. 15만 불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하이힐 신고 납품하던 김 과장은 어떻게 17개명함 가진 CEO가 됐을까?>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의 장(Chapter)로 구성돼 있다.

∙내 이름 세 글자를 새기고 싶어서/ ∙글로벌 세일즈맨 일곱 글자 모으기/ ∙낯선 이름 CEO가 되어서/ ∙혼자라는 두려운 이름으로/ ∙새로운 이름을 찾으러 가는 길이다.

장(Chapter)을 넘길 때마다 김은주 대표의 단순한 글로벌 세일즈맨의 도전기가 아니라, 생(生)을 이어가는 교훈과 뭉클한 영혼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김은주 씨는 18번째 명함을 지니게 됐다. ‘저자’라는 타이틀이다. 김은주 저자는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책의 키워드(keyword)는 ‘용기’라고 했다.

“어려움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용기’입니다.”

그녀의 ‘용기’는 분명 19번째의 새로운 명함을 들고서, 우리에게 다가설 것이다. 파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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