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8.7.18 수 15:06
> 뉴스 > 투자리포트 > 장상인칼럼
       
음악으로 한일 간의 거리 좁혀
서울 아트 앙상블(ensemble) 교토에 가다
2018년 05월 16일 (수) 04:11:23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발걸음-여행은 생각 그 자체만으로도 설렌다. 김포 공항 출국장은 이른 시각부터 셀레임으로 기분이 업 된 여행객들이 가득 했다. 지난 11일의 일이다.
 
필자는 색소폰과 커다란 가방을 끌고서 출국 수속을 밟고 있는 서울 아트 앙상블(ensemble)과 합류했다. 김포를 떠난 비행기는 1시간 20분 여 만에 간사이(關西) 공항에 덜커덩 내려앉았다.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미세먼지에서 탈출한 것만으로도 행복 만점이었다.
 
마중 나온 버스를 타고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버스 안에서 서울 아트 앙상블(ensemble) 성세경(62) 단장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각자 생업에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열심히 연습해주신 단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힘입어서 드디어 첫 일본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아트 앙상블은 올해로 10년이 된 순수 아마추어들의 모임이다. 직업도 각양각색. 대학 교수, 의사, 출판업, 건설업, 금융업...등 총천연색이다. 일을 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연습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버스는 한 시간 여 만에 천년 고도(古都) 교토(京都)의 후미진 골목길에 자리한 요양원에 도착했다.
 
색소폰의 아름다운 선율(旋律)로 日 노인들을 위로해
 
요양원의 이름은 ‘Regalore Confort’-
 
이나가키 고로(稻垣吾郞·34)씨에게 요양원의 명칭의 의미에 대해서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장엄함과 귀함의 ‘Regal’과 풍요로움과 안위를 의미하는 ‘Galore’의 합성어입니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요양원 곳곳에서 귀함과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연주회는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됐다. 장소 등의 문제로 ‘서울 팀’과 ‘아트 팀’으로 나뉘어서 진행됐다.

   
서울 팀의 연주
   
아트 팀의 연주

이날 참석한 노인 관객들은 40여명. 휠체어에 의지한 고령자들도 많았다. 그래도 한국에서 건너온 음악 전도사들의 열연에 감동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연주에 맞춰서 여윈 몸을 좌우로 흔들며 아리랑을 따라 부르는 노인들에게는 정치도, 이념도, 국경도 없었다.
 
“감동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마 요시코(大馬房子·88)할머니의 말이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연주회는 잔잔한 감동으로 마감됐다. 이 요양원의 최고령자는 99세. 나이의 무게가 세월만큼 무거웠다.
 
“내년의 연주회까지 살아 있을지 모르겠네요.”
 
뭔가를 기다리면서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는 99세 할아버지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순간, 작가 무라마쓰 토모미(村松友視)가 쓴 <노인의 극의>라는 책이 생각났다. 극의(極意)의 사전적 의미는 ‘지극한 뜻’ ‘마음을 한 곳에만 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은 누구라도 나이를 먹으면서 노인이 된다. 이것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다’고 전제하고, 노인들에 관한 체험담을 실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과 이날 연주회 청중으로 참여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오버랩 됐다.
 
“나의 먼 친척의 할머니는 93세의 천수를 누리고 있다. 할머니는 생일 때 마다 가족들과 만나서 오렌지 주스로 건배를 하면서, 또 일 년을 기다리고 있다.”
 
요양원 청중(?)들은 “내년에 또 만나요!”하면서 기약 없는 약속을 기대하며 각기 풍요하면서도 쓸쓸한 공간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색소폰의 아름다운 선율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양원을 나섰다. 하늘은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젊음이 넘치는 유스호스텔에서 밤의 정적을 깨트려
 
교토 도심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나카야마초(中山町)에 위치한 우다노(宇多野) 유스호스텔에서 두 번째 연주회를 가진 서울 아트 앙상블(ensemble). 모이는 것보다 흩어지기에 바쁜 서울과는 달리 일박 이일 동안 다져진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 보였다.
 
나이든 사람들보다는 젊은이들이 많이 투숙하는 유스호스텔이어서 인지 로비의 공기도 젊고 신선했다.

   
안내문

“오늘의 이벤트, 색소폰 앙상블 콘서트. From 한국! 참가비 무료.”
 
익살스러운 안내문들이 호텔 곳곳에 붙어 있었다.
 
유스호스텔은 독일에서 생겨난 세계 최대의 여행 네트워크이다. 전 세계적으로 4,000여 개의 유스호스텔이 있으나, 이 호텔은 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투숙객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수시로 전개하고 있다. 이 호텔은 처음 만난 투숙객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이러한 이벤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투숙객들을 위한 연주

“저희 호텔에 한국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마침 색소폰 앙상블이 저희 호텔에 예약을 하셨기에 특별히 부탁해서 오늘의 이벤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세이리키 기요미(勢力淸美·45) 소장이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밤 8시가 되자 서울 아트 앙상블(ensemble)팀의 색소폰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고 작은 공간(룸)에 들어있던 투숙객들을 로비로 불러냈다. 투숙객들의 얼굴마다 즐거움이 넘쳤다. 투숙객들은 ‘앙상블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멀리 아키다(秋田)에서 왔다는 투숙객의 말을 들어 봤다.
 
“앙상블의 연주를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감동입니다. 내일 돌아갈 때 차에서 들으려고 합니다.”
 
<아, 나의 그리운 사람이여!/ 당신은 나를 무정하게 버렸어요./ 나는 오래도록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린슬리브스/ 내 기쁨의 모든 것/ 내 황금 같은 마음이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잉글랜드의 옛 가요 그린슬리브스(Greensleeves)를 연주할 때는 참석자들의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앙코르 송은 당연히 아리랑. 우연히 만난 여행객들이 음악이란 연결 고리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가운데 교토의 밤은 우아하게 깊어 갔다.
 
비에 젖어 색소폰에 젖어

   
연주곡을 선곡하는 성세경단장(좌)과 장하늘 선생(우)

봄의 경계선을 넘어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던 교토에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서울 아트 앙상블의 연주 일정은 원래대로 진행됐다. 세 번째 연주 장소는 교토의 한인 교회.
 
아담하고 소박한 교회에는 한국인과 일본인 신자들이 반반 씩 섞여 있었다. 일본어로 진행되는 설교는 한국어로 동시통역하는 형태였다.
 
예배가 끝나자 12시 정각부터 연주회가 시작됐다. 이날의 연주는 찬송가도 곁들였다. 일본인 한국인 모두 리듬에 맞춰 흔들며 박수를 쳤다.
 
앙코르 곡 ‘라데스키 행진곡(Raderzky Marsch)’을 연주할 때는 다 같이 하늘을 날을 태세로 활력이 넘쳤다.
 
 권영환(53) 목사는 “음악은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회복 시켜준다”면서 “오늘의 연주를 위해서 서울에서 와 주신 모든 분들에게 영광이 깃드시기를 바란다”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감사인사를 하는 권영환 목사

‘6년 째 이교회를 다닌다’는 82세의 할머니는 “일본까지 오셔서 이토록 좋은 음악을 선물해 주신 앙상블 단원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 성세경 단장

세 번의 연주회를 마친 성세경 단장은 “프로를 추구하는 아마추어가 돼야 한다”면서 “더욱 더 열심히 연습하자”고 했다.
 
이 앙상블을 지도하는 장하늘(35) 선생도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단원들이 자랑스럽다”면서 “단장님의 말씀처럼 프로를 능가하는 아마추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으나, 서울 아트 앙상블 단원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듬뿍 안고서 귀국길에 올랐다.
 
민간인들의 이러한 노력이 쌓이다보면 한국과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진정으로 가까운 이웃나라가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조선일보-조선pub]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실려있습니다.

ⓒ 부동산신문(http://www.re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갑질’은 근절돼야 한다.
국토부,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
재건축수주 전망 57개월만에 70...
서울 아파트 가격 소폭 상승…재건...
<인사> 주택금융공사
전국 공인중개사 "하반기 매매·전...
상하위 '10%' 빈부격차 14배...
신혼부부 청년 주거문제 해결될까
날씨만큼 뜨거운 대구 주택시장…매...
전국 아파트 평균분양가 3.3㎡당...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안내  |  제휴안내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36-2 맨하탄빌딩 1207 | 대표전화(구독문의) 02-786-7001 | 팩스 02-786-7008
등록번호 : 서울다07611 | 창간 년월일 : 1998년 4월 28일 | 발행인 : 장상인 | 부사장 : 안진우 | 편집국장 : 이준철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홍형정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형정 | Copyright 2007 부동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