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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하는 일본인들의 새해맞이
2018년 01월 11일 (목) 10:51:45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인간은 신에게 잘해야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死後)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요즈음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이렇게 시작된다.

<예컨대, 안개와 온갖 계단의 발소리에서/ 유언 집행인이 희미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일본의 ‘아유카와 노부오(鮎川信夫, 1920-1986)’의 시(詩)의 한 구절이다. 한국의 영화도, 일본의 시(詩)도, 환생을 기대하고 있어 보인다.

‘그래서 일까?’

일본의 새해는 신(神)에게 기대는 것부터 시작된다. 먼저, 집 앞이나 가게에서 시메카자리(금줄장식)를 볼 수 있다. 재앙을 몰고 오는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의미로 새해부터 15일까지 매달아 놓는다. 이와 더불어 ‘가도마쓰(門松)’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늘 푸른 소나무와 생명력이 강한 대나무로 만든다.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물론, 신과의 네트워크를 위해서다.

일본인들의 첫 신사(神社) 참배를 ‘하쓰모데(初詣)’라고 한다. 그들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새해 첫날에는 필히 신사를 찾아서 신에게 빈다. 한양대 박규태 교수는 저서 <일본의 신사>에서 일본인들의 종교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일본인들의 종교 관념은 반드시 초월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신을 전제로 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신(神)을 더 선호하는 현세 중심적이고, 즉물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신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신사는 가시적인 대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의 신사

이러한 현장을 보기 위해서 필자는 새해 첫날 후쿠오카(福岡)현 다자이후(太宰府)시에 있는 덴만구(天滿宮)로 갔다. 다행스럽게 후쿠오카의 도심 덴진(天神)에서 그곳까지 가는 급행열차가 있어서 30분 만에 다자이후 역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열차 칸은 출퇴근 시각을 방불케 하는 콩나물시루. 기차에서 내려 개찰구까지 가는 데도 20분이 걸렸다. 줄서기로 유명한 일본인데도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역사와 시정(詩情) 풍부한 다자이후에 잘 오셨습니다”는 역사(驛舍) 앞의 안내문을 보면서 심호흡을 할 틈도 없이 필자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한 걸음, 두 걸음...기차역에서 덴만구의 입구에 있는 황소 상까지 무려 30분. 거기에서도 황소 상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과 신사 참배를 위해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갈라진 줄은 길게 나뉘어져 있었다. ‘황소 조각상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모두 이뤄진다’고 해서, 황소의 뿔은 이미 구릿빛(銅) 색깔이 아닌 하얀색으로 닳았고, 몸통 곳곳도 하얗게 변색된 지 오래였던 것이다. 소원을 빌면서 조각상을 쓰다듬은 많은 사람들의 손길 때문이다.

이곳에 황소 조각상이 세워진 것은 '학문의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는 ‘스가하라 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가 소띠이기 때문이란다. 다소 전설적인 요소가 깃들어 있으나, 인간의 속성을 감안한 재미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신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건너는 붉은 다리도 영화 속의 저승 법(?)과 흡사하다.

<덴만구를 건너가려면 붉은 다리(橋) 세 개를 건너야 합니다. 첫 번째는 과거의 다리이고, 두 번째는 현재의 다리, 세 번째는 미래의 다리입니다.>

이 이야기는 불교의 윤회설에서 근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과거의 다리와 현재의 다리를 건너서 미래의 다리까지 갔다. 아마도 30분 쯤 걸린 듯싶었다.

‘학문의 신(神)’ 스가하라 미치자네(菅原道眞)는 누구인가?

스가하라 미치자네는 교토(京都)에서 재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런데,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할 사람들의 모략으로 인해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이곳 후쿠오카의 다자이후로 좌천되고 말았다. 그는 이곳에서 가난과 병고와 씨름하다가 생을 마감했다. '스가하라(菅原)'의 제자가 마차에 그의 시신을 싣고 가던 중 마차가 움직이지 않자 그곳에 그를 매장하고 안락사(安樂寺)를 지었다고 한다.

수험생을 가진 학부모나 수험생들은 특히 이 신사를 찾아서 합격을 기원한다. 그가 ‘학문의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기 때문이다. 설날도 그렇지만 입시철이 되면 또 한 번 몰려드는 인파로 덴만구는 기분 좋은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이곳에는 합격을 기원하는 에마(繪馬)가 많다. 에마와 함께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이 오미쿠지가 있다. 재미삼아서 하는 것이지만 대길(大吉)이라는 점괘가 나오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뽑는단다. 다 읽은 오미쿠지는 신사의 경내 일정한 곳이나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는다. 필자가 30세 쯤 돼 보이는 젊은이에게 ‘어떤 점괘가 나왔느냐?’고 묻자 ‘발설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필자가 오히려 머쓱했지만.

스가하라 미치자네(菅原道眞)가 세상을 떠난 지 천 년이 넘었으나 그는 여전히 존경을 받고 있다. 그가 교토를 떠나오면서 ‘자신의 정원에 있던 매화나무들과 나누었다’는 대화도 재미만점이다.

“내가 떠나더라도 봄에 바람이 불면 너희들의 향기(香氣)를 내가 있는 곳에 날려 보내다오.”

다음 해에 스가하라(菅原)씨가 살던 교토의 정원에 있던 매화나무 한그루가 이곳, 바로 이 자리에 날아왔다. 그래서 도비우메(飛梅)- 즉, 날아온 매화(梅花)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전설이지만, 애틋한 사연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도 남았다. 사람이 살면서 본의 아니게 오해와 질시를 받을 수 있으며, 때로는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매화나무에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을까.이런 이유로 덴만구(天滿宮) 주변에는 6,0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들어서 있다. 6,000여 그루의 매화나무 중 이 도비우메(飛梅)가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고, 뒤이어 나머지 매화들이 꽃을 피운다고 한다. 도비우메(飛梅)에는 이미 작은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특히 이 지역은 매화 떡이 유명하다.“이 곳에 매화가 많은 관계로 매화와 관련한 상품이 많습니다. 그러나, 매화떡(梅餠)에 얽힌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스가하라 미치자네(菅原道眞) 선생이 홀로 외딴 집에서 살 때 이웃의 할머니가 떡을 만들어 매화나무 가지에 끼워서 선생께 드렸습니다.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매화떡(梅餠)의 유래입니다.”

어느 일본인의 설명이다.

돈이 많이 모이길...

일본인들은 신사에서 헌금함에 동전을 넣고서 큰 방울이 매달려 있는 종을 흔든다. 이는 신을 불러내는 의식이다.
“신이여! 제가 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소원을 빌면서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을 친 후 다시 한 번 절하고서, 물러나온다.

회사원들의 소원은 대체로 ‘건강, 가정의 행복, 편안한 직장 생활’ 등을 기원한다. 종합상사 출신으로 도쿄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가정 사정으로 후쿠오카에서 일하고 있는 도미타 가즈나리(富田一成·63)씨는 “올해는 ‘돈이 많이 들어오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필자에게 귀띔했다
필자는 ‘그에게도 많은 돈이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사를 나섰다.

※ 이 칼럼은 중앙일보 J플러스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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