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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스모 웃음꽃 지는 사람이 이기는 가위바위보 눈길
[장상인의 일본 탐구] 오이타현 마을 축제 가보니
2017년 11월 20일 (월) 09:37:14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어린이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이노우에 오이타현 의회 의장.

지난 4일 일본 규슈(九州) 히타시(日田市)를 방문했다. 히타시는 오이타현(大分縣)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6만7000명의 소도시다. 시청사 앞에 내리자 이노우에 신지(井上伸史·70) 오이타현 의회 의장이 우산을 들고 마중 나와 있었다.

5선 현의원인 이노우에는 지난 3월 29일 만장일치로 72대 현의장에 선출됐다. 이노우에 의장은 오이타현 가미쓰에무라(上津江) 촌장(村長)을 20년 역임한 것을 비롯해 지난 40년 세월을 줄곧 정치인 한 길만 걸어왔다. 겉으로는 인자한 아저씨의 모습인데도 의외로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이노우에 의장은 근처의 허름한 우동집에서 다음날 마을별로 열리는 5개의 축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 그리고 나서 히타 시내에서 약 30㎞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필자를 안내했다. 운전은 본인이 직접했다. 차 속에서도, 집에서도 현민들의 삶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정치인은 항상 현민(縣民)들의 입장에서 일해야 합니다. 그들의 삶이 즐겁고 풍족해야 현이 발전하니까요. 내일 펼쳐지는 축제에서도 그들의 고충을 직접 들으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의회는 지사(知事)가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원활하게 실행되도록 격려하고 독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날 평소보다 일찍 잠이 깼다. 계곡을 흐르는 냇물 소리가 나를 깨웠다. 창문을 열자 눈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들어왔다. 산속이어서인지 가을이 시내보다는 한결 짙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후 이노우에 의장의 차를 타고서 숙소를 떠났다. 운전은 그의 부인이 했다. 공식적인 행사 참가인데도 관용차가 아닌 개인차량을 이용했다. 비서와 운전사도 따로 부르지 않았다. 원칙적이면서 정직한 정치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오야마 마을 축제 스모대회에 참가한 어린이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먼저 오야마 마을 축제 현장으로 갑니다.” 이노우에 부인은 밝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차를 몰았다. 마을 축제는 어린이 스모(相撲) 대회였다. 역사도 제법 길어서 올해로 45년째 이어지는 행사였다. 행사장은 작은 신사(神社)에 마련돼 있었다. 참가자는 초등학교 1~6학년 어린이들이었다. 이노우에 의장은 입장료를 내고 방명록에 사인을 하고서 내외 귀빈들을 찾아다니면서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했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가 나오자 어린이 스모 선수 45명이 자기 마을을 대표하는 피켓을 들고서 입장했다. 관중들이 열렬하게 환호했다. 식전 행사도 제법 길었다. 축제를 총괄하는 노무라 다쓰오(野村建夫) 회장, 이노우에 의장, 하라다 게이수케(原田啓介) 히타 시장 등 주요 인사의 축사가 30분 동안 진행됐다.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어린 선수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정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노무라 회장의 인사말도 멋졌다. “용기·정직·자유·협동·탁월성의 형상화가 바로 스모 등의 스포츠정신입니다. 오늘의 대회는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도 있습니다만, 정정당당하게 시합에 임하는 선수가 승자입니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지기 바랍니다.” 이노우에 의장은 짤막한 인사말과 함께 “선수 여러분! 열심히 싸우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노래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축제 현장. [사진 장상인]

오전 9시 30분 시합이 시작됐다. 도효(土俵·겨루는 장소)에 오른 어린이 리키시(力士)들은 한결같이 진지한 모습들이었다. 45명의 리키시들이 자기 마을을 대표하는 단체전과 개인전에 참가했다. 마을 주민들의 응원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으며 때때로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시합 중 심판들이 논의해 재(再)시합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이기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지난 25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행사에 참가했다”는 미국인 왓슨 로버트(58)도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를 응원했다.
 
이 대회에서 배출한 유명 선수도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32회 대회에서 우승한 가와쓰 다이키(河津大飛·24)다. 그는 현재 일본 스모 전국 무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노우에 의장은 “과거에는 약 200명의 어린이 선수들이 출전을 했는데, 올해는 겨우 45명이 나왔다”며 “인구 감소가 현실로 느껴진다”고 말하면서 필자와 함께 니시아리타(西有田) 마을의 축제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 축제 역시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계속되는 35번째의 마을축제였다. 히타지원학교와 니시아리타 공민관(公民館)이 주최하는 관계로 학교 운동장에서 펼쳐졌다. 참석자는 약 2000명. 스모 대회장 보다 분위기가 고조돼 있었다.
 
필자와 이노우에 의장이 들어서는 순간 어느 할머니가 무대에 올라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주인공은 85세의 사토 요코(佐藤洋子). 노래의 제목은 ‘늠름하게 (꽃이) 핀다’였다.
 
이 마을 축제는 리듬체조와 가라오케, 무용, 악기 연주, 단축 마라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남녀노소가 함께할 수 있는 만남의 장(場)이었다. 학생들과 부모들이 만들어 온 어묵, 닭꼬치(焼き鳥) 등 음식물을 팔고 마시면서 함께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날의 이익금은 학교와 공민관의 기금으로 전달된다고 한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행사도 돋보였다.
 
가와쓰 사부로(川津三郞·73) 자치회장은 “이 축제의 최대의 목적은 마을 주민들의 친목”이라며 “음식의 종류도 주최 측에서 메뉴를 정해서 주민들이 다양하게 즐기도록 한다”고 말했다. 축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을볕처럼 점점 따스해졌다.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후키아게초 마을의 축제.

30년 째 계속되는 후키아게초(吹上町)의 ‘만남’ 축제는 말 그대로 만남이 주제였다. 행사장은 지역 공민관이었다. 이곳 역시 서로 만들어 온 음식물과 특산물을 팔고 샀다.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오이타현 이노우에 의장과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이었다. 사회자는 마이크를 들고서 게임의 규칙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노우에 의장과의 가위바위보 게임에서는 이기는 사람이 승자가 아니라, 지는 사람이 최종의 승자가 되는 것입니다.” ‘지는 사람이 승자다?’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이노우에 의장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지는 사람이 승자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배시시 웃으며 무대에 오른 이노우에 의장이 더 어린이 같았다.
 
최종 승자는 여자 아이였다. 결국, 지고서 승리자가 된 것이다. 우승 소감을 그대로 옮겨 본다. “여러분! 패자가 승자가 됐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으로 어른스러운 말이었다. 어린이의 말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는 것이 이기는 경우도 있다. 악착같이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듯싶다.
 
만남의 공원과 나카무라(中村) 집회소에서 열리는 가을 축제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축제장을 나올 때마다 이노우에 부부의 손에 주렁주렁 비닐봉지가 늘어났다. 떡·과자·빵·과일 등 마을 특산물을 직접 구입했기 때문이다.
 
농경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일본인들의 축제는 다목적인 모임으로 풍년기원, 감사, 질병 예방 등으로 구별된다. 도쿄의 간다(神田) 마쓰리, 교토의 기온(祇園) 마쓰리, 오사카의 덴진사이(天神祭) 등이 유명하다. 그러나 고령화 때문인지 과거와 같은 거대함과 화려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반면, 소도시의 마을 축제(祝祭)가 주민들의 참가율을 높이고 있다.
 
이노우에 의장과 함께한 1박2일. 짧은 시간이었으나 의미 있는 만남과 배움이 있었다. 특히, 게임에서 진 사람이 우승자가 된 역발상이 길게 잊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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