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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가을과, 그리고 맛(味)
2017년 09월 22일 (금) 11:24:41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볼일이다//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한껏 선선해진 바람결 따라 떠올려진 고은(84)의 시(詩) <삶>의 일부분이다.

그렇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시인의 말처럼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인간의 삶은 자연의 섭리(攝理)에 고개 숙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다. 아직은 낮 더위가 구슬땀을 흐르게 하지만 조석(朝夕)의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가을은 천문학적으로 보면 9월 23일의 추분(秋分)부터 12월 22일의 동지(冬至)까지를 말하나, 24절기(節氣)로는 입추(8월 7일경)부터 입동(11월 7일경)전 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을에 우리의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 있다. 필자가 경험한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본다. 나고야(名古屋)의 명물 장어덮밥 히쓰마부시(櫃塗し)이다. 히쓰(櫃)란 뚜껑이 위로 열리는 상자(밥통)를 말하고, 마부시는 장어덮밥을 의미하는 ‘마무시’와 나고야 지역의 ‘마부스’에 어원을 두고 있다.

   
나고야의 명물 히쓰마부시

이 음식이 생겨난 과정도 재미있다. 고급 식당에서는 장어의 몸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그대로 버렸다. 이 때 한 종업원이 ‘비싼 장어를 버리지 말고, 잘게 썰어서 장어 덮밥을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내어 히쓰마부시(櫃塗し)가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한 종업원의 작은 아이디어가 오늘날 유명한 상품화를 이뤄낸 것이다.

히쓰마부시는 먹는 방법도 흥미롭다. 밥을 4등분 해서 먹는 것이다.

첫 번째는 만들어진 그대로 먹고, 두 번째는 와사비와 파·김을 넣어서 먹으며, 그 다음은 오차쓰케(お茶漬け: 차를 부어서 먹는 방법)로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형식을 선택해서 먹는다. 장어 덮밥 하나에서 세 가지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필자는 매뉴얼(?) 대로 나무주걱을 곧추세우고 밥의 영역을 넷으로 나누어서 먹었다. 다시 한 번의 선택은 두 번째의 비빔밥 형식으로 했다.

일본은 이렇게 음식 하나하나를 브랜드(Brand)화하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음식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매김해서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음식도 그렇지만 술(酒)의 경우는 더욱 향토색이 강하다. 특별한 제조법으로 술을 빚어 고유 상표를 붙이는 지역별 명주(銘酒)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풍천 장어·전주비빔밥·함흥냉면·경주 법주·화요 등 유명 음식과 술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독특한 브랜드를 형성하지 못하고 어느 지역에서나 만들고 사고 먹을 수 있는 일반화가 돼 버렸다.

우리도 명품 음식을 만들어 지역별 브랜드화를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확산하기 위한 디딤돌일 것이다.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가는 삶의 흔적이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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