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다운계약서를 쓰려는 매도자와 쓰지 않으려는 매수자 사이에 세금 문제로 거래가 취소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도 괜히 (다운계약서를 썼다가) 자격이 박탈될 수 있어 조심스럽습니다."(서울 강동구 A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부동산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도입한 이른바 '주(住)파라치' 제도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그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시행 초기에는 주파라치의 등장으로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다운계약 등 거래가 다소 주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7일 부동산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6월부터 적용 중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다운계약 등 부동산 실거래가 위반 사실을 신고해 위반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경우 과태료 부과금의 2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한도는 1000만원이다.

국토부는 그간 토지거래 계약에만 적용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주택 매매거래에도 확대-적용해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 제도를 개선했다. 주택 매매시장에도 파파라치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관행적으로 이뤄진 다운계약 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 국토부는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함께 합동점검반을 꾸려 현장을 점검한 결과 다운계약 의심사례 462건을 발견하고 해당 지자체에 통보했다. 지난해에는 실거래가 허위신고를 점검한 결과 총 3884건 6809명이 적발돼 과태료 227억원이 부과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고포상금제도를 통해 다운계약 등을 알게 된 제3자의 신고를 유도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은밀하게 행해져 적발이 어려운 부동산 실거래가 허위신고 단속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계약은 부동산 거래 때 계약자가 양도세와 취득세 등 세금을 낮추기 위해 계약서상 집값을 실제 가격보다 낮춰서 쓰는 수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내정자 등 최근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부분이다. 2006년 실거래가 의무 신고제가 도입됐지만 그 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강동구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과거에 비해 다운계약을 꺼리는 매수자가 많다"며 "문제는 세금인데 원래 세금은 매도자가 부담하는 게 맞지만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 가격이 오르는 등 활황기에는 매도자가 우위에 있어 매수자가 세금을 부담하는 게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B 대표는 "매수자가 다운계약을 안하겠다고 하면 매도 가격에 세금만큼의 돈을 더 달라는 게 요즘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주파라치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는 게 시장의 목소리다. 거래 성사를 위해 다운계약 등을 권유하다 자칫 매수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포상금을 노린 파파라치가 활개를 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수수료 몇 푼 받자고 (다운계약을) 괜히 권유했다가 신고 들어오면 퇴출될 수 있어 확실하지 않으면 다운계약서는 말도 안 꺼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