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시작에 앞서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정기획위원회(기획위) 분과에 여당 국회의원들이 배치되면서 부동산 정책에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월세상한제 등 여당의 입법발의안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5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김현미 더불어 민주당 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국토부의 첫 여성장관으로 지명된 김 내정자는 지명 당일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곧장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문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이전 정부의 DTI-LTV 규제 완화 정책을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내정자의 청와대 인선 후 첫 일성은 이 같은 정치적 견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김 내정자가 입법발의한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법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안팎에선 전북 출신의 김 내정자가 지명되면서 민주당이 줄곧 주장한 신속한 새만금개발 정책을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내정자의 선정 다음달 새만금개발의 속도있는 추진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새만금개발청과 국토부 등의 업무보고를 조율하는 국정기획위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공약사항인 도시재생 뉴딜 정책도 적극 반영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 정부의 핵심정책은 도시재생"이라며 "국토부의 의지가 담긴 계획을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최근엔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기획위에서 각 부처가 표지만 바꾼 정책을 내밀고 있다며 '표지갈이' 정책을 배격할 것임을 밝힌 적도 있다. 국회 관계자 등은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한 민주당의 서민주거 안정방안이 부동산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가계비용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주거비를 줄일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와 월세의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2011년 2월 민주당 전월세 대책특별위원회가 발의한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월세 인상률을 5% 이내로 하고 임대차 계약기간 갱신을 1회에 한해 최대 4년간 보장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정치권이 입법발의를 추진한 내용과 여당의 정책공약이 대부분 원안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금융정책이 시장상황에 고려 없이 조기에 도입되면 정책의 당위성은 확보되겠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주요 국정정책 결정과정에 포진하면서 정책 중점이 엇갈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2일 이개호 위원장이 주재한 국토부 2차 업무보고에선 중점정책인 도시재생 사업 외에 농촌형 뉴딜정책이 의제로 제시됐다. 문재인 정부가 물관리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용수의 별도관리가 언급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를 지난 이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