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과천주공1단지 모습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수주 이후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소송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과천주공1단지 등 일부 단지는 시공사 변경 과정에서 건설사간 법적 분쟁도 발생하는 등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지난 5월 대우건설과 하청 철거업체를 공동재물손괴, 건조물침입,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포스코건설은 과천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재건축 조합과 사업비 600억원 증액 문제로 마찰이 생겼다.

과천1단지 재건축 조합은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지연하고 사업비 60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포스코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하고 대우건설을 새로운 시공사로 선정했다.  

포스코건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비 600억원 증액은 조합의 요청으로 설계변경시 들어가는 금액이며 이 역시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포스코건설은 공사 현장을 점유하며 버텼다.

새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공사현장에 진입하면서 갈등은 더 확대됐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8일 새벽 5시께 포스코건설이 점유하고 있던 공사현장에 진입했고 점거에 성공했다.

이에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22일 조합을 비롯해 대우건설, 철거업체를 상대로 점유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4일에는 대우건설과 철거업체를 경찰에 고소했다.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건설사간 법적 분쟁으로 확전된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계획이다.

과천주공1단지는 과천 중심에 위치해 교통과 교육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 상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혔다. 이 때문에 포스코건설의 시공계약 해지 이후 대우건설을 비롯해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분쟁이 있는 곳은 과천주공1단지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남권 단독주거지 재건축으로 관심을 모았던 서초구 방배5구역 사업지에서도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발생했다.

방배5구역 조합은 운영비 등을 문제 삼아 기존 시공사인 '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프리미엄사업단)'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은 최근 현장설명회를 다시 열고 이달 30일까지 입찰을 받아 새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프리미엄사업단 역시 조합을 상대로 3200억여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건설업계는 정비사업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려 사업진행 중 비용 문제로 조합 측과 다툼이 잦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조합과 시공사의 조건이 충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과천1단지와 방배5구역 모두 알짜 사업지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양측 모두 버티면 자멸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분쟁 등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면 결국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관건은 빠른 사업 속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송 비용과 소송에 따른 정신적 피해 모두 조합원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시공사 교체 과정에서 일반분양가가 올라 늘어나는 부담을 해소할 수 있어 조합이 잃을 게 없는 게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대우건설은 과천1단지 조합에 분양가로 3.3㎡당 3313만원을 제시했다. 기존 포스코건설이 제시했던 분양가 2970만원보다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보통 시공사를 갈아치우면 분양가가 10% 안팎 오른다는 인식이 재건축 조합들 사이에 퍼져있다"며 "소송 비용 등과 분양가 인상분 등 득실을 따져본 조합이 (얻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하고)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