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인 지난 26일 오전. 한강물은 은빛으로 빛났고 일산으로 가는 자유로는 차량들로 분주했다. 차량들의 행렬을 따라 킨텍스 전시장으로 달렸다. 주택과 인테리어의 진화를 선도하는 ‘경향하우징페어’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1986년에 시작된 ‘경향하우징페어’는 올해로 32회째를 맞고 있다. 필자는 전시업체의 자격으로 수차례 참여했었으나 이번에는 고객의 입장에서 찾았다. 800여 개의 건축자재 업체가 참가하는 이 전시회는 국내 최대건축박람회로서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봄맞이를 하려는 설렘 때문일까. 전시장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필자의 관심사는 일본 업체들의 참여도였다. 먼저 JETRO(일본무역진흥기구) 부스(booth)에서 ‘일본의 목재 업체들이 20개사나 참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JETRO는 세계 50여 나라에 약 70개의 해외사무소를 두고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일본의 정부기관이다.

필자의 눈에 ‘나무의 나라 산의 나라’라는 슬로건이 들어왔다. 필자가 평소 자주 가는 나고야(名古屋)와 인접해 있는 기후현(岐阜県)의 슬로건이었다.

‘일본을 지배하려면 기후를 지배해야 한다’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서 권력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센고쿠(全國)시대에 일본인들이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기후현은 일본의 중앙부에 위치해 있어 간사이(關西)와 간토(關東)를 연결하는 교차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산림자원 또한 풍부한 내륙 지역이다.

“기후현의 스기(삼나무)는 구부러짐이나 비틀어짐이 적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히노키(편백나무)는 일본 2위의 자원 량(量)과 6위의 생산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테의 폭이 얇고 균일하며 강도가 뛰어납니다.”

기후현 소재 신와(親和)목재공업사의 총무 다카노 치에코(高野千惠子)씨의 말이다. 목재의 질도 좋았으나 전시관에서 품어내는 향(香)이 너무 좋아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어서 아키타현(秋田県) 기업의 전시관에 들렀다. 아키타 현은 일본 3대 미림(美林)을 자랑하는 곳으로 70% 이상이 산림으로 뒤덮여 있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스기나무(衫木)를 잘 아시죠? 스기(衫)의 최고급 브랜드가 바로 ‘아키타의 스기’입니다. 풍부한 자원과 다양한 가공 기술, 다양한 제품을 통해서 고객 여러분께 다가가고 있습니다.”

아키타 현에 있는 기쿠치(菊地) 합판목공(주)의 영업 이사 마쓰하시 미쓰아키(松橋光明)씨의 말이다. 자사의 제품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면서도 자신만만한 말투였다. 이 회사는 스기나무 목재 외에도 참나무, 느티나무, 후박나무 등 17개 품목의 내·외장재를 전시하고 있었다.

개인 기업 외에 오카야마현(岡山県) 목재조합 연합회가 목재와 가구를 선보이고 있었다. 특히, 이 연합회는 이미 판교에 상설전시장을 오픈하고 있었다. 오카야마현(岡山県) 역시 히노키의 조림 면적이 넓고 활용비율이 높은 40년생에서 60년생의 나무들이 많다.

이 밖에도 마루베니(丸紅) 목재, 구와바라(桑原) 목재, 에히메현(愛媛県) 목재시장개척 협의회 등이 각기 다른 형태의 목재와 합판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일본은 국토의 3분의 2에 달하는 2,500만ha가 삼림이다. 이 중에서도 40%(1000만ha)가 사람의 손으로 심고 가꾸어진 인공림이다. 일본의 기업들은 철재와 콘크리트 건축물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지혜와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하면서 목재의 활용도를 제고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무는 우리의 생활공간을 채워주는 것과 더불어 건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나무들이 내품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더욱 그러하다. 해충과 병균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항균 물질이 사람에게 유익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나무를 가꾸고 숲을 보존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필자가 전시장을 나서는 시각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