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올해 1000여가구의 장기전세주택(SHIFT·시프트)을 공급한다. 지난해 공급량의 절반 수준이다.

7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올해 공급되는 시프트는 1025가구다. 시기별로 4월 거여동외 2개단지(전용면적 30~59㎡) 482가구·자양4구역외 4개 지구(59~84㎡) 222가구 등 704가구가, 10월 항동지구 8단지 59㎡ 80가구·사당1외 3개 지구(59~84㎡) 241가구 등 321가구다.

시프트는 주변 전세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지난 2007년부터 공급이 시작돼 지난해까지 총 3만69가구가 공급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어 '로또' 취급을 받고 있다. 때문에 단지별로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은 기본이다.

높은 경쟁률에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2012년 한해를 제외하면 매년 2000가구 이상 공급됐다. 2014년 811가구, 2015년 1519가구, 2016년 2056가구 등 최근 2~3년간 시프트 공급량은 도입 초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올해는 연평균 공급량(3006가구)은 물론 지난해 공급량의 절반 수준이다.

시프트 청약을 준비 중인 30대 신혼부부 장모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공급량이 너무 적어 실망"이라며 "안그래도 경쟁률이 높은데 올해는 더 높아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프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데도 SH공사가 공급량을 늘리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부채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H공사의 총부채는 17조1228억원, 부채비율은 약 247%다.

회계상 시프트의 보증금은 SH공사의 보증금으로 잡힌다. 가구당 많게는 5억원 이상의 보증금이 부채로 계산되다 보니 시프트를 늘릴수록 SH공사의 부채도 늘어나는 구조다. 시프트를 비롯해 다른 임대주택 역시 똑같다. 총 17조1228억원 부채 가운데 임대아파트 보증금 등 비금융부채가 전체의 60% 이상이다.

문제는 부채가 많으면 향후 자금조달을 위한 공사채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방 공기업의 공사채 발행을 승인할 때 부채감축 목표를 심사한다. SH공사가 시프트 등 임대주택 공급량을 크게 확대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향후 공사채 발행이 막힐 수 있다. 때문에 SH공사와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임대주택 보증금을 부채에서 제외해 달라는 내용을 건의하기도 했다.

SH공사 역시 시프트 등 임대주택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부 시프트와 전세임대주택 사업의 운영을 '리츠(REITs)'에 맡기기로 한 것. SH공사 관계자는 "리츠 운영으로 사업의 지속성은 확보하고 부채는 줄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리츠 운영 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